세계경기 바닥론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주요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불황을 알리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희망 섞인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주요 증시가 바닥에서 20~30% 상승해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BBC는 17일 몇몇 경제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세계경기 진단을 보도했다.

◇ 피터 스펜서(ITEM 클럽 수석이코노미스트) = 생산 활동이 여전히 감소하고 있지만 둔화 속도는 완만해지고 있어 변곡점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경기침체 국면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내년 봄에 이르면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격, 주식시장, 그리고 세계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유용한 잣대인 국제상품가격 등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에 경기회복 조짐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1930년대와 비교할 때 전 세계가 경기부양에 쏟고 있는 재정규모가 다르다는 점이다.

◇ 돈 홀랜드(NIESR 책임연구원) = '희망이 보인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희망을 담은 견해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예상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으로 적어도 2010년까지는 성장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실업률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개 분기와 같은 급격한 둔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투자심리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날지,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 대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지 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지금까진 개선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돼 있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은 매우 증폭돼 있는 상황이다.

◇앤드류 심스(뉴 이코노믹스 파운데이션 국장) = 정치인들이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서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무너진 심리를 회복하려는 것이겠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희망일 뿐이다.

경기침체는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직 실업률 증가에 따른 전면적인 파장을 보지도 않았다.

세계 각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친환경 뉴딜 정책'을 내걸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결여돼 있다.

◇케네스 로고프(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 미국이 10년 불황을 맞았던 일본과 비슷한 경험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국가에서 조만간 갑작스런 회복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미국의 금융시스템의 문제는 오랫동안 굳어진 것들이어서 가까운 수년 내 금융부문이 굳건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경제심리를 살리기 위해 회복론을 퍼뜨리는 것은 정책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의 이해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회복의 징후가 실제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출은 경기를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효과를 지니지만 이는 미래의 성장 여력을 잠식하는 세금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대가로 얻는 효과다.

◇피터 모리시(메릴랜드대 경제학 교수) =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몇개월 동안 혼재된 경기상황 지표들을 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매판매나 공업생산 등 같은 경제상황을 말해주는 직접적인 지표들은 악화일로에 있다.

올해 4분기쯤에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지만 이번 경기침체를 촉발한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더블딥'에 빠져 2011년과 2012년에 다시 악화될 것이다.

은행들이 다시 파산하고, 실업률이 다시 오르고,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다시 악화되는 등의 결과를 다시 보게 된다는 의미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의 경제팀이 월가에 너무 익숙해 있는 탓에 이런 문제들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있다.

4반세기 동안에 걸쳐 경기부진이 진행됐던 지난 1870년대의 대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