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이 1주년을 맞는다.

이 본협상 타결은 이후 100일 이상 '촛불 집회' 형태로 진행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시작이었다.

먹을거리 문제가 정치, 사회, 경제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돼 국가적 화두가 된 이례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결국 'LA갈비'로 상징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대량으로 국내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안전성에서 문제는 나타나지않고 있다.

◇ 협상 타결..혼란의 시작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작년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됐다.

사실상 소의 연령이나 부위에 제한 없이 수입하는 내용이었다.

이 협상 이후 100여일간 전국 곳곳에서는 협상 결과와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며 나라 안을 뜨겁게 달궜다.

비판의 핵심은 수입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완전히 없애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한 조항이었다.

이때문에 '졸속 협상', '검역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해명하고 나섰다.

과학적 견지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해명이었다.

국제적 기준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결국 미국과 추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한국 대표로 미국 워싱턴에 건너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도중 판을 깨고 귀국길에 오르는 배수진까지 친 끝에 결국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당분간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 농무부가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마련해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촛불 민심은 그제야 진정됐다.

◇ 미국산 쇠고기..국내 수입시장 2위 탈환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시작된 것은 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된 6월 26일부터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이때부터 올해 3월까지 검역을 통과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7만545t, 3억9천532만 달러어치다.

호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과 액수다.

월별 추이를 보면 수입 재개와 함께 수입량도 쑥쑥 늘어나 지난해 10월 1위인 호주산을 제치며 절정에 올랐다.

10월 미국산은 1만6천773t, 9천895만 달러어치가 수입됐는데 호주산은 1만68t, 4천783만 달러어치 수입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가 꺾여 1월까지 내리막길을 걷다 이후 다시 회복하는 중이다.

2003년 12월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전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던 것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환율 상승을 이유로 꼽는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를 높이기 힘든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뛰자 수입업체들이 수익을 고려해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작년 11월 대형마트, 지난달에는 백화점으로까지 판로를 확대했다.

다만 백화점에서는 아직까지 호주산에 밀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유통량도 늘고 판매 부위도 점점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논란이 됐던 만큼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 경쟁력 유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한우 농가의 타격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우려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급락하던 한우 가격이 거의 대부분 회복됐기 때문이다.

16일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작년 1월, 2월 각각 평균 1만4천916원, 1만4천504원이던 한우 1㎏의 가격(도매시장 기준)은 올해 1월 1만4천526원을 기록했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1만3천578원, 1만3천823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기에는 설이라는 특수(特需)를 고려해야한다.

작년 3월에도 1만3천876원까지 떨어졌었다.

작년 5월 1만2천749원, 7월 1만2천407원까지 빠졌던 것에 비하면 상당 폭 회복된 것이다.

각종 원자재와 사료값 인상으로 한우 사육 경비가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애초 우려에 비해선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한우 사육 농가나 사육마릿수도 큰 타격은 없었다.

농가 수는 작년 1분기 18만3천여가구에서 올해 1분기 17만3천여가구로 다소 감소했지만, 사육 마릿수는 208만3천여마리에서 232만여마리로 오히려 늘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면서 수입 쇠고기 판매가 부진하고 한우는 상대적으로 회복된 측면이 있다"며 "아직까지 한우 농가에 우려했던 만큼의 큰 타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광우병 파동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의 전면 시행으로 쇠고기 유통의 투명성을 한결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정부 내에선 '촛불 사태가 없었더라면 시행하기 힘들었을 제도'란 얘기도 나온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검역 강화도 긍정적 결과의 하나다.

현물 검사 비율 확대, 정밀검사 실시, 검역 인력 확충 등이 그것이다.

한우의 품질 고급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나온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라며 "원산지 표시제 시행, 한우에 대한 발전 대책이 나온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소모적인 논쟁의 과정이었다"며 "앞으로 식품 안전 문제와 관련해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태도로 접근하기 위한 계기가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