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장형 민영의료보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생명보험사와 이 시장을 사수하려는 손해보험사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손보 상품의 100% 보상한도를 낮추는 문제를 놓고 1년 이상 싸움을 해온 보험업계는 최근 손보사들의 중복가입 문제,생보업계의 담합 혐의 등 서로의 단점을 들춰내는 등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 침체로 보험 판매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나마 판매가 잘되고 있는 실손 민영의보 상품을 둘러싼 싸움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생보 "손보사 중복가입 유도"

손보사가 1979년부터 개척해온 실손 민영의보 시장에 지난해 5월 생보사가 뛰어들었다. 생보사들은 기존 위험률 통계 등이 없다 보니 실제 낸 의료비의 80%만 보상해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료비를 100% 보상하는 손보사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난달 손보사들은 1120억원(월납 초회보험료)의 계약 실적을 올렸지만 생보사들은 거의 상품을 팔지 못했다. 손보사들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고려해 100% 실손 보상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생보업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지난 2월 생보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이 실손 보상한도 축소가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문제는 다시 부각됐다.

최근 손보사가 실손 민영의보를 팔면서 고객이 같은 상품에 중복 가입해 있는지 확인을 소홀히 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손보업계는 손보 상품의 이미지를 훼손시켜 정부 규제를 유도하기 위해 생보업계에서 이 같은 소문을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80%로 보상한도를 제한하려 했던 것이나 최근 중복가입 문제가 불거진 것도 다 생보업계에서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보 "생보사 상품은 담합"

손보업계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생보사들이 실손형 민영의보의 보상한도를 일률적으로 80%로 한 것은 담합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일부에선 공정위의 조사 착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상한도를 80%로 한 것은 생보사들이 리스크 등을 감안해 자체 판단해 내린 결정이지 담합한 결과가 아니다"며 "공정위는 조사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개입하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싸움보다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 상품 개발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민영의료보험(상해질병보험)=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환자가 실제 내는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실손형과 정액형으로 나뉜다. 예컨대 계약자가 갑상샘암을 진단받았다면 실손형은 실제 들어간 치료비만 보험사가 지급하는 반면 정액형은 진단시 100만원,수술시 100만원 등 일정액을 보상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