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가 경기 불황에 유로화 강세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한 데다 지난 연말 높은 실업률로 인한 폭동까지 발생,국가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관광산업 타격에 일조했다. 다급해진 그리스 정부는 25억유로(약 33억달러) 규모의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 등 경제 살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5일 그리스가 여름 성수기 외국인 관광 예약이 예년에 비해 25~30% 감소,'잔인한 여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크레타 로도스 코르푸 등 주요 관광지 4성급 이상 호텔은 그해 영업을 부활절 연휴에 시작했던 관례를 깨고 성수기인 여름까지 호텔 문을 계속 닫기로 결정했다. 관광객이 급감해 4~5월 비수기 동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침체에 유로화 강세가 겹치면서 그리스 관광산업이'20년 만에 최악의 침체'(EFG 유로뱅크)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스가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나마 해외를 찾는 유럽 관광객들이 그리스 대신 자국 통화를 쓰는 터키와 이집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들은 숙박료를 15~25% 정도 낮추고 심한 경우 40%까지 할인해주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아리스 이코스 GRB컨설팅 대표는"경기침체로 독일 관광객은 여행을 포기했으며,영국 관광객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발목이 붙잡혔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연말 높은 청년실업률 등으로 누적됐던 사회적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던 대규모 폭동의 기억도 그리스 관광산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니코스 앙겔로풀로스 그리스 관광업협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최소 500억유로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85만명의 관광산업 종사자 중 최소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우려했다.

관광업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8%와 일자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그리스 경제의 생명줄이다. 관광업 위축으로 그리스 정부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2월 실업률은 9.4%로 1월(8.9%)에 비해 0.5%포인트나 급등했으며,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직업훈련 지원 등 25억유로 규모의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그리스 노동부는 "젊은층 일자리 마련과 관광업 등의 일자리 유지에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약 50만명이 특별대책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실업률 상승 행진이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올 성장률이 제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