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은 연일 연중 고점을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4일 개인 매수세와 외국인 · 기관 매도가 공방을 벌인 가운데 1.45포인트(0.29%)오른 508.68로 마감해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단 하루(3일)를 제외하고 모두 올라 상승률이 20.7%에 달한다. 올 들어서는 53%나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IT(정보통신) 버블이 마무리된 2001년 이후 가장 돋보인다. 지난해 10월 저점에 비하면 거의 두 배(94%)가량 오른 것이어서 과거 강세장이었던 2001년 4분기(63%)와 2005년 4분기(51%),2007년 상반기 상승률(38%)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이 단기 과열권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는 막연한 성장 기대감으로 단순 테마주나 저평가주를 찾는 데서 벗어나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주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코스닥 PER 14.5배로 높아져


코스닥시장이 과열권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예상 수익을 기준으로 한 코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5배로 코스피(15.2배)에 육박하고 있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코스닥이 1.9배로 코스피(1.3배)를 이미 역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스닥기업들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코스닥 주가가 이미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오 팀장은 "연초만 해도 많은 애널리스트가 IT부품주들의 PER는 5배가 적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했는데 지금은 웬만한 종목이 10배를 넘어서고 있어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물론 재료에 의한 주가 움직임을 보여주는 20일 이동평균선과 증시의 수급을 뜻하는 60일 이동평균선 의 장 · 단기 이격도도 과거 장세장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3월10일께 코스닥지수와 이동평균선들이 정배열(단기이평선 순으로 위에서 배열)을 나타낸 뒤 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섰다"며 "현재는 주가가 재료와 수급,경기를 완벽히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승 종목수를 하락 종목수로 나눈 등락비율(ADR)이 지난 13일 245%에 달한 것도 증시 과열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덜 오른 실적 우량주로 눈 돌려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코스닥시장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시가총액 비중은 금융위기 때 7%대 후반까지 하락했던 것이 최근 10.6%까지 만회한 수준으로 IT 버블 당시 30%를 상회하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 확대 여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는 실적을 갖춘 우량 종목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려해야 할 때란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종목장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1분기 실적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으로 실적이 구체화될 수 있는 우량주를 고르는 데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컨설팅랩연구위원은 "지난달 초부터 급등한 상황에서 지금 신규 자금을 코스닥에 투자한다면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주가가 상승 중인 종목이라면 계속 보유하면서 일부는 차익을 실현하고 장기 실적 우량주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홍 팀장은 "이미 기관 등은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종목들이 있어 꼭 외국인과 기관이 사는 종목을 추격매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대신 코스피시장의 중형주 비중을 더 늘리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팀장은 "만약 발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머니가 시장에서 빠져나갈 경우 우선 급등한 종목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거품이 끼기 시작한 코스닥 상위 대표주들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저평가 매력이 살아있는 중형주를 찾아보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조재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