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어제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한경밀레니엄포럼 강연에서 대기업의 능동적인 구조조정을 강하게 주문했다. 진 위원장은 "과거 좋을 때 대기업들이 무리했던 부분은 정리하고 가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채권은행도 첫 단계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주채무계열 45개그룹의 재무구조를 이달 말까지 평가해 취약(脆弱)한 기업에 대해서는 5월중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키로 한 데 이어,본격적인 '대기업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기업구조조정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외환위기의 경험으로도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은 입증됐다. 그럼에도 지금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고,그나마 구조조정이 착수된 건설 · 조선업계도 워크아웃 기업 일부가 부도를 내는 등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재 대기업 재무구조와 금융회사 건전성이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좋고,부실이 잠재된 상황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실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그 처리에 따른 국민경제에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빚 부담이 많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과감히 알짜 계열사라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하는 채권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당국과 긴밀(緊密)한 협력체제를 바탕으로 주채무계열 제도를 통한 대기업들의 자산매각 등을 강도높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머뭇거리다가는 함께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못지 않게 가능성 있는 기업을 살리는 채권은행들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만기연장,신규자금 대출 등 선제적인 유동성 지원으로 기업개선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도 구조조정기금 조성과 부실채권 매입 등 지원체제 구축에 차질이 없게 하고,대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인수 · 합병(M&A) 활성화,사모펀드(PEF) 육성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