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절차를 공식 선언한 지 불과 36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30억달러를 성사시켰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행한 외평채는 5년 만기와 10년 만기 각각 15억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1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발행금리는 미 국채 금리에 비해 5년 만기가 400bp(1bp는 0.01%포인트),10년 만기는 437.5bp의 가산금리를 얹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금리는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 채권과 같은 수준으로 매우 양호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삼성선물 채권애널리스트는 "최근 불안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금리 수준이 낮게 결정됐다"고 평가했다. 오충근 산업은행 해외채권담당도 "보통 국채 금리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보다 100bp 정도 높게 형성되는데 최근 5년 만기물의 CDS 프리미엄이 310~320bp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400bp(5년물의 경우)는 유리한 가산금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작년 9월 외평채 발행을 시도하던 당시 가산금리가 200bp대였던 것에 비하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해외 기관들의 주문이 발행 예정 물량의 4배에 달할 정도로 몰렸던 만큼 정부가 이를 이용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민간 회사에 대한 벤치마크(기준금리) 제시 말고도 최근 환율 불안 속에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충하는 것 또한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며 "발행금리도 적정 수준으로 판단돼 추가 금리 인하보다는 물량 증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기업들은 희색이 도는 분위기다. 3억달러 규모의 외화 차입을 진행 중인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평채의 발행금리가 예상보다 낮고 물량도 많아 향후 은행들의 외화 조달금리도 유리하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은행이나 우량 공기업의 경우 외평채 발행금리에 50~100bp를 추가한 수준에서 차입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올 상반기 중 은행과 주요 공기업의 외화 차입 규모가 15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내외 여건을 봐가며 하반기 중 30억달러 정도의 외평채 추가 발행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이번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대외 우려는 사실상 종식된 거나 다름없다"며 "민간의 외화 차입 여건도 좋아져 전반적으로 외화유동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