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2.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실물을 보면 국내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연말까지 하강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최근 1~2개월 사이 하강속도는 상당히 완만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설비투자, 소비가 계속 부진하고 수출도 대부분 품목에서 작년 동기에 비해 20% 가까운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수출 감소율은 작년 12월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율이 작아지면서 최근에는 20% 정도 감소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정부의 공공투자 사업이 크게 활기를 띠고 기업체의 재고조정도 신속히 이뤄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생산의 부진이 일시 완화되는 현상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작년 연말의 급격한 위축은 조금 완화됐다고 본다.

물가 쪽을 보면 지난 3월에는 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9%로 상승률이 조금 낮아졌다.

최근의 물가동향은 농축수산물과 같은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큰 흐름으로는 그간의 환율 상승이 가공식품 경로를 통해 아직 우리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근래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임금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워낙 국내외 수요가 약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의 흐름은 상당히 안정되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 쪽을 보면 지난 몇달간 통화정책이 매우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했고, 정부 부문에서도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힘입어 금융시장 상황은 지난 2~3개월간 개선됐다고 본다.

주식.환율 등 가격변수의 움직임이 상당히 호전됐고 은행의 대출 태도도 어느정도 완화됐다.

그 결과 중기나 가계 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대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회사채 발행도 최근 1~2개월간 상당히 활발해졌다.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격차도 근래 상당히 줄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보면 정부에서 추경 예산을 집행하면서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쓸 것이기에 그 효과도 기대되지만, 당분간은 소비,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고 세계경기도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워 수출도 금방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크게 보면 국내 경기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 부분은 내일 조사국의 수정 전망을 통해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겠다.

물가는 수요쪽이 워낙 약하고 비용쪽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거의 없기에 4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뚜렷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경상수지는 수출, 수입이 모두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나고 서비스수지 적자도 개선되기에 올해 경상수지는 상당히 큰 폭 흑자를 예상한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지키면서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따라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하면서 실물을 원활히 지원토록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