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2.0%로 동결한 것은 경기가 급강하를 멈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작년 10월부터 진행됐던 기준금리 인하행진이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발 금융쇼크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국내에서도 경기회복 징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리인하가 마무리됐다고 속단하긴 어렵다.

◇ 2개월째 금리 동결
이달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다.

한은은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리 인하행진을 지속했다.

인하 폭도 1.00%포인트, 0.75%포인트 등으로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부적인 인하폭은 ▲작년 10월9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10월27일 4.25%로 0.75%포인트 ▲11월7일 4.0%로 0.25%포인트 ▲12월11일 3.00%로 1.0%포인트 ▲1월9일 2.50%로 0.50%포인트 ▲2월12일 2.0%로 0.50%포인트 등이었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상황을 좀더 관찰하자는 계산으로 보인다.

경기가 다시 서서히 회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면 굳이 금리를 추가로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를 무리하게 내리면 나중에 통화 환수에 적지않은 부담이 생긴다"면서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 등에 대비해 금리인하 카드를 모두 소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6.8% 늘어나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증가율은 1987년 9월의 11.0% 이후 가장 높다.

소비재 판매 증가율은 전월보다 5.0% 늘어나면서 1998년 2월의 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기성은 전년동월대비 12.2%나 증가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전월대비 0.5% 올라가 15개월만에 상승 반전했다.

3월 무역수지는 46억1천만 달러로 월 단위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도 안정세다.

지난달초 달러당 1,560.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7일 현재 종가기준으로 1.354.5원으로 떨어졌다.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코스피지수는 최근들어 1,300선을 넘나들고 있다.

◇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없나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경기가 급락세를 멈췄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강을 중단했다 하더라도 경기가 `L' 자형으로 오랫동안 기어갈 가능성도 있다.

경제에 대해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세계경제 전망이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지 않으면 미국의 소비경기는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발표한 20대 도시의 1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19.0% 하락해 사상 최대로 떨어졌다.

액세스 모기지 리서치 창립자인 데이비드 올슨은 CNBC에 "주택가격은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다"며 빨라야 9월쯤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 소로스는 지난 6일 블룸버그 TV 회견에서 지난 4주여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증시가 회복됐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대해 "전형적인 하락장의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금리인하 기조가 중단됐다고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당분간 금리인하 어렵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기조가 끝났다고 속단하기 어렵지만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면서 양적팽창 정책만 쓰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긴 휴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경기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여지는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수석연구원도 "현재 경제 흐름이 이어진다면 추가로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며 "시장에서 금리인하 기조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 기조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다시 크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완화 기조를 완전히 접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 현재의 평가인 만큼 큰 흐름에서는 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