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유동성 공급 줄일 것"

정부가 30억 달러 상당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예상보다 발행금리가 낮고 발행 물량도 많아 향후 은행.기업의 외화조달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차츰 줄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오전 1시를 기해 30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외평채를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세계 투자자들의 큰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외평채는 5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 15억 달러와 1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 15억 달러 2종류로 구성됐으며 각각 미 국채 금리 대비 400bp(1bp=0.01%포인트)와 437.5bp의 가산금리를 얹은 5.864%와 7.260%로 발행됐다.

이는 1998년 외평채 발행금리인 5년물 8.952%, 10년물 9.08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부는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 채권과 동일 수준의 금리로 발행된 것"이라면서 "주문규모(order book)가 80억 달러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발행규모가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2006년 11월의 10억 달러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발행물량으로 보면 1998년 40억 달러 이후 가장 많다.

이로써 정부의 외평채 발행 잔액은 이날 기준 70억 달러로, 만기별로는 2013년 10억 달러, 2014년 25억 달러, 2015년 5억 유로, 2016년 5억 달러, 2019년 15억 달러, 2021년 3억7천500만 유로, 2025년 4억 달러다.

기획재정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외평채 발행은 그동안 환율 절하로 인한 외화유동성 확충과 한국물을 위한 벤치마크 금리 제공 등 두가지 목적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외평채를 발행하면 바로 외환보유액에 잡힌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위기설 등 한국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시각을 종식시키고 북한 로켓 발사로 인해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안심리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국장은 "외평채가 낮은 금리에 대량으로 발행됨으로써 한국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이 확인됐고 은행 및 공기업의 외화조달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이들이 금리 측면에서 벤치마크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지난달 19일, 하나은행이 2일 외화조달에 성공한 가운데 당국이 외평채 발행에 성공해 추가적인 한국물 발행을 위한 유리한 여건을 지속하게 됐다는 의미다.

금융감독당국은 4~5월 시중은행의 외화 차입규모가 2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책은행이나 우량 공기업들의 경우 외평채 발행금리에 50~100bp를 더 얹은 수준에서 차입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30억 달러 이내에서 외평채 추가 발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제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보고 유동성 경색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출입금융을 제외한 일반 외화유동성 공급을 점차 회수해나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