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굴지의 초산 제조업체들이 최근 원자재 조달 차질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유일의 초산 제조사인 삼성BP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초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소재 초산 생산 공장들이 원료인 일산화탄소(CO)와 천연가스 등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흔히 빙초산이라고도 불리는 초산은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에스터 주원료(PTA)의 생산 과정에 첨가되는 물질이다. 초산이 없을 경우 PTA 생산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

영국 석유화학업체 BP가 운영 중인 연간 35만t 생산규모의 중국 야라코(Yaraco) 공장은 중국 현지의 에너지 부족으로 산업용 천연가스 공급이 제한되면서 지난 2월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연간 60만t 규모의 초산을 생산하는 미국 업체 셀라니스(Celanese)가 가동하는 중국 난징 공장도 CO 공급 차질로 3월부터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가동이 불안정한 상태다.

또 영국 BP와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인 페트로나스 합작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동되고 있는 BPPA(연간 54만t 생산) 공장도 CO 공급이 달리면서 지난달부터 가동률을 낮췄다. 이달 들어서는 기계(콤프레셔)마저 고장나 정상적인 생산이 어렵다고 판단,'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들 공장에서 담당하는 초산 생산물량은 전 세계 연간 생산량(1000만t)의 15%에 이른다.

이처럼 해외 굴지의 석유화학업체가 가동하고 있는 공장에서 잇따라 초산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제 현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초산의 아시아 스폿 가격(현물시장의 거래가격)은 지난달 2일 기준 t당 350달러였던 것이 지난 6일에는 485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삼성BP도 해외 석유화학업체들로부터 추가 주문이 밀려드는 등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삼성BP가 필리핀에 수출하는 20㎏짜리 포장용기 기준 초산의 경우 지난달 중순만 해도 600달러에 수출했으나 이달 초에는 700달러 이상을 받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운임부담조건(CFR)의 비포장용기 초산 가격도 같은 기간 300달러에서 470달러로 오른 상태다. 연간 45만t을 생산하는 삼성BP는 전체 물량의 2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하윤희 삼성BP 경영지원실장은 "초산의 수급불안 현상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가격이 최근 크게 올라가면서 2분기 매출실적과 영업이익률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