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통신회사들은 올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이동통신 업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로 환율 등 외부 악재의 영향을 덜 받은 데다 경쟁완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통신시장의 최대 변수는 합병 후 KT의 움직임이다. 통합 KT가 공격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설 경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통신의 경우 인터넷TV(IPTV)와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동통신 실적개선

올 1분기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회사의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으로 1분기에는 졸업 및 입학 등 신학기 수요를 겨냥,이동통신업체의 마케팅 경쟁이 심화됐다. 지난 2월과 3월에도 가입자 유치싸움이 뜨거웠지만 작년과 달리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이동통신 가입자는 2월 대비 24만여명이 증가한 4623만5440명을 기록,46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열경쟁 재연 논란에도 불구하고 1분기 해지율이 전분기와 비슷한 2.5%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3.5%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며 "경쟁완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동통신업체들의 1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는 마케팅비용 감소와 가입자 수 증가로 양호한 실적 호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합병 후 KT의 움직임은 변수로 남아있다. KT가 이동통신 부문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시장이 과열돼 마케팅 비용 지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종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KT가 KTF와의 합병 이후 결합서비스 강화를 통한 가입자 유지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경쟁에 나설 여력이 적다"며 "합병 이후에도 조직 재정비,유통망 통합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유치경쟁은 가속화 전망

이동통신과 달리 유선통신 시장의 경쟁은 훨씬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화,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TV등을 묶어 판매하는 결합상품시장에서 가입자 유치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T는 기존 집전화,초고속인터넷,IPTV 등 유선 상품 브랜드를 '쿡(QOOK)'으로 통합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SK브로드밴드는 초고속인터넷,전화,IPTV 등 주력 상품들의 서비스명을 '브로드앤인터넷''브로드앤인터넷전화''브로드앤전화''브로드앤IPTV'등으로 바꿨다. SK텔레콤도 유무선 결합상품 브랜드를 'T밴드(band)'로 정하고 수영선수 박태환이 등장하는 새 광고로 맞불을 놓고 있다.

LG데이콤은 인터넷TV 사업에 전력을 집중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LG데이콤은 KT에 이어 1월1일 실시간 IPTV를 시작,한 달 뒤인 지난 2월26일 전국 방송으로 넓혔다. 실시간IPTV 가입자도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KT(12만명)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일부터는 전국 모든 '엑스피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품질 인터넷TV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엑스피드는 이 회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다. LG데이콤 관계자는 "인터넷과 방송,전화선을 각각 따로 썼던 단독 및 다가구주택 가입자들은 한 회선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데이콤은 현재 지상파 방송을 포함해 52개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