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일에 대해 다 알고 있다.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이 대통령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우선 굵직굵직한 아젠다 설정을 주도했다. 합의 사항을 들여다보면 이 대통령의 주장이 선언문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지난해 워싱턴 1차 회의에서 주창한 '스탠드 스틸(Stand Still · 보호무역주의 동결)'의 정신은 이번에 그대로 이어졌다. 스탠드 스틸 이행 여부 분기별 점검,재정지출 동시 확대,부실채권 정리,신흥국에 대한 유동성 확대 및 무역금융 지원,신용평가사 및 조세회피지역 관리 · 감독 강화 등이 관철됐다.

조정자 역할에도 치중했다. G20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 정상들 간 적지 않은 이견 노출로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금융 규제 · 감독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경기부양이 먼저라는 입장이 회의장에서도 맞부딪혔다. 신용평가사,조세회피지역 감독 문제를 두고도 갈등이 불거지면서 회의가 지연되자 이 대통령은 "여기서 합의를 못하면 어려운 나라에,일자리를 잃어버린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줄 것"이라며 적극 중재에 나서 효과를 봤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후 수행기자들이 상주하는 프레스센터를 찾아 "한국이 여러 점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과 더불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나라가 한국의 역할과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많은 것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런던=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