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쿠르드정부간 석유계약은 불법"

이라크 석유부 장관이 쿠르드자치정부와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한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에 대해 입찰 배제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알-샤흐리스타니 이라크 석유장관은 2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에서 하태윤 주이라크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알-샤흐리스타니 장관은 "(한국 기업과 쿠르드간) 이 계약은 이라크 법과 제도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앞으로 이라크 정부 주관의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만일 두 기업이 쿠르드자치정부와의 계약을 취소한다면 차후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지난해 6월 72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자치주 내 8개 광구에 대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석유공사는 한국컨소시엄이 이들 광구에 210억달러를 투자, 한국 전체 2년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20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해 3∼4년후 시험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계약 당시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기존에도 쿠르드자치정부와 외국 기업간 유전 개발계획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3개 주를 관할하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석유 개발과 관련해서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오랜 대립관계에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유전 개발 등 자국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석유 관련 사업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법과 승인하에 이뤄져야 하고 이를 명문화한 석유수입법안을 제정할 때까지 외국 석유기업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체결한 유전개발 계약은 불법이며 이라크 중앙정부만이 석유 개발.수출 계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주체이고 다른 수출은 `밀수'라고 거듭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석유장관의 발언은 한-이라크 정부간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과 이라크 정부는 지난 2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의 유전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추진 중인 유전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이라크 중앙정부의 원만한 협조를 당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판단했으나 이라크 석유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쿠르드지역 사업은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이라크는 지난 2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 관련 협의를 시작했으며 실무자급 협의, 장관급 공동위원회 등을 거쳐 오는 6월 구체적인 경협 방안을 마련해 이라크에서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