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미FTA와 아프간 파병 연계는 지나친것"

미국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해 가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져 주목된다.

미국은 신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체결한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 등에서 `불공정 계약'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쇠고기 추가 협상'의 전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의 한미FTA 조기 비준은 물건너가는 조짐이 완연했다.

이른바 `선(先)재협상, 후(後)비준론'이 대두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측의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양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길에 첫 조우를 했다.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한미 FTA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미FTA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FTA는 경제적 관점 뿐 아니라 동맹관계 강화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오는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미FTA가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고 회담 결과를 전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FTA를 놓고 실무 차원의 의견 조율을 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부에서 "한국 국회가 한미FTA를 조기 비준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언급이 나온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조기비준이 미국 의회에 대한 압박은 물론 미국 행정부의 최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한미FTA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부터 당선인 시절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최근 한미 FTA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가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커크 대표는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자동차 협상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으나 뒤에 서면답변에서 "해결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다른 이슈들이 있겠지만 한미FTA를 전반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한국의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FTA에 대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USTR 부대표가 선임된 이후 본격 검토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미국으로서는 양국간 합의사항인 FTA 체결을 계속 지연시키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한국과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일방통행식의 문제 제기에 한계가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한-유럽연합(EU) FTA협상이 미측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자동차 분야만 하더라도 한-EU FTA가 먼저 발효되면 미국에 앞서 유럽의 자동차가 한국시장을 선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안 그래도 자동차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으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미국측의 한미FTA 입장 변화가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아프간 파병 약속을 대가로 한미FTA 양보카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미FTA에 부정적인 의회를 설득하려면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아프간 파병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외교가에선 미국이 우리 정부에 아프간 파병을 요청했다는 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정상회담에서 파키스탄 지원국회의와 함께 최근 열린 아프가니스탄 지원국회의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것이 파병논의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파병문제는 미국 쪽이나 우리 쪽에서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외교 당국자는 "한미FTA와 아프간 파병을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hjw@yna.co.kr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