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사퇴 이후 두 달 넘게 논의돼온 국세청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국세청장의 인사권 축소와 감찰 강화를 통해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청와대,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국세행정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세청 개혁안을 마련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개혁안은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담 참석차 런던에 간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귀국하면 정식 보고된 뒤 발표될 예정이다.

우선 국세청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2만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축소시키기로 했다. 국세청장들의 비리를 조장한 제왕적 권한의 근원이 바로 인사권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이곳에서 국세청 인사가 이뤄지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경찰청에 있는 경찰인사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엄정한 세금징수 등을 위해서는 국세청 내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인사권 말고는 국세청처럼 큰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을 포함한 국세청의 핵심 인사 10여명에 대한 감찰도 한층 강화된다. 지금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리실,감사원 정도만이 국세청 고위 인사에 대한 감찰을 하고 있다.

국세청 내부에도 국장급 감사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파견 감사역을 두는 방안이 마련된다. 현재 파견 감사역의 임명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사외이사제 형태의 외부감시위원회(가칭)도 설치된다. 이 위원회는 연간 세무조사 계획 등 국세청의 주요 업무를 국세청장과 함께 결정하게 된다. 또 국세청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대국민 서비스 개선안도 개혁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의 인사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지방국세청 폐지와 조사청 신설 등의 조직 통폐합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 등의 우려 때문에 개혁안에서 빠질 것으로 전해졌다.

태스크포스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개혁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조만간 개혁안이 발표되면 미뤄졌던 국세청장 선임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허병익 차장이 청장 대행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최종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최종 결정된 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