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05년부터 규제..성인 화장품까지 우려 확산

시판 중인 베이비파우더 11개 제품과 그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져 보건당국의 안전불감증과 늑장대처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일 시중 유통되는 베이비파우더와 그 원료인 탈크 30종을 수거 검사한 결과 원료 1건과 제품 11건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청은 부랴부랴 이들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리고 석면 검출의 원인이 된 탈크의 규격에도 석면 항목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3-4년전부터 탈크 속 석면을 규제한 것과 비교할 때 식약청의 늑장행정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탈크의 발암성 논란은 1980년대 초반 제기됐으며 1998년 이후 논의가 활발해졌다.

유럽은 2005년 탈크 중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기준을 설정했으며 미국도 이듬해 탈크 중 석면규제에 동참했다.

식약청은 지난달 말에야 해외의 규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의 늑장대처로 지난 3-4년 동안 수많은 유아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된 셈이다.

석면 검출을 확인한 후 사후대처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 수거검사 결과에 따르면 탈크가 검출된 제품 11건 가운데 10건은 모두 동일한 업체의 원료를 이용했으나 1개 제품은 다른 업체의 원료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1개 제품에 원료를 공급한 원료수입업체의 탈크에서는 정작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수입시기별로 석면 검출에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동일한 업체의 원료를 사용한 베이비파우더에 대해서는 판매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식약청은 이와 관련 "원료 수입시기에 따라서 석면 검출 여부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같은 업체의 원료를 쓴 다른 제품에 대해 추후 보완조사를 벌이겠다"고 해명했다.

유해성에 대한 식약청의 해답도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의 유해성에 대해 식약청은 "파우더 제품을 통한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며 "파우더가 피부에 부착되거나 공기 중에 분산되기 때문에 흡입되는 양이 적어 유해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석면의 유해성은 당장 나타나지 않고 10년 이상 경과된 후에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식약청은 베이비파우더 속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독성학회에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국내에 공급되는 탈크에 석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탈크를 원료로 쓰는 성인용 화장품 등으로 우려가 확산될 전망이다.

환자용 파우더를 비롯해 메이크업 제품에도 탈크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탈크 원료에 대해 석면 검사를 하도록 하고 조속히 탈크의 기준을 개정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제조될 제품에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탈크를 사용하는 성인 화장품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