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GM 노조·채권단에 최후 통첩

미국 연방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가 제출한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GM측이 요청한 추가 자금지원을 보류하는 대신 2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전자금만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동차 산업 구제방안을 발표하면서 “GM과 크라이슬러가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며 채권단 노조 딜러 등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을 촉구했습니다.이해 관계자들의 양보가 없으면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파산 절차를 밟게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계획된 파산을 통해 GM이 맺고 있는 모든 계약을 백지에서 다시 써 회사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인데요.이렇게 되면 무보증채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과 GM과 각종 노사계약을 맺은 노조는 기득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때문에 채권단과 노조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여부가 GM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채권단은 280억 달러 규모의 채권 중 3분의 2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회사측과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노조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시간당 임금을 낮추고 퇴직자 건강보험 출연금 중 절반을 회사 주식으로 받을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이 두가지 협상이 타결되면 GM는 법원으로 가지 않고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합니다.채권단은 GM이 지금까지 마련한 자구안만으로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없다며 출자전환에 난색을 보여왔습니다.노조는 노조대로 2007년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는데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하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채권단과 노조는 서로 상대방이 먼저 양보안을 내놔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꼬인 실타레를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특히 60일 안에 새로운 노동계약을 다시 맺고 무보증채에 대한 출저전환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 자동차 태스크 포스는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을 얻어내기 위해 최대한 압박한 뒤,만족스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계획된 파산 절차를 통해 회사 정상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릭 왜고너 퇴진 두고도 논란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가 정부의 사임 요구를 받고 물러나는 데 대한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그는 2000년 CEO에 취임한 뒤 이전부터 곪아 온 GM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GM의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2007년 노조와 연금 및 건강보험 부담을 덜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냈습니다.경영 효율화를 위해 북미지역 생산기지 통폐합 작업도 추진했습니다.차세대 수소차 개발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일각에서는 GM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왜고너 CEO가 물러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 성패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실적입니다.GM은 2005년 이후 총 820억달러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습니다.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트럭 사업에 주력한 탓에 고유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방만한 브랜드 전략과 딜러 운용도 결국 GM의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폐쇄적 인력관리 정책도 경영 오류로 지적받고 있습니다.외부에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인데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에 신용위기까지 빚어져 미국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린 것입니다.비록 차근차근 GM의 변화를 이끌어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을 자리를 보전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왜고너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법정 밖에서 구조조정을 완결짓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파산을 포함해 GM의 구조조정에 필요하다면 어떠한 조치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