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효 2010년까지 한시 적용

사기업 '황금낙하산' 규제엔 한계


프랑스 정부는 31일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경영진들에 대해 스톡옵션을 금지하고 보너스도 규제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30일 오후(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들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 각종 혜택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의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이 행정명령은 31일 발효돼 201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피용 총리가 밝혔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내년말까지는 경영진들에게 고액의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을 금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

이 규제의 주된 대상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구조조정에 나서는 자동차 업계와 금융업계 등이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은 사기업의 '황금낙하산'(퇴직 보상금)까지 규제하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이와 관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 경영진의 보수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별도의 전문가 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피용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행정명령은 국민들이 이 시점에 요구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즉각 행동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피용 총리는 이어 "이는 정의의 문제"라면서 "프랑스 정부는 기업계 전체의 신뢰에 먹칠하는 이 같은 소수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대대적인 총파업 직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의 임원이 거액의 보너스나 스톡옵션, 특별 상여금 등을 챙겨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었다.

프랑스 정부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런 비판을 시작으로 재계를 상대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으나 경영자단체인 메데프(MEDEF)는 자율적인 기업인 보수 규제에 난색을 표했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제네랄 소시에테 등 일부 은행과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 등이 보너스 잔치를 벌인 사실이 속속 공개돼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었다.

이 가운데 제네랄 소시에테 은행과 BNP파리바 은행의 경영진들은 여론과 정부의 압력에 굴복,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정부가 35.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인 GDF수에즈의 경영진도 스톡옵션 포기를 결정했다.

한편, 야당인 사회당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 각종 혜택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