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서 경상수지가 다시 큰 폭의 흑자를 나타내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정착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2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면서 이런 기조가 지속할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 상품수지 개선에 흑자 전환
경상수지가 36억8천만 달러의 흑자를 나타낸 것은 상품수지의 개선에 따른 영향이 크다.

2월 상품수지는 31억5천만 달러의 흑자로 전월의 17억4천만 달러의 적자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는 수출 감소율이 1월 34.2%에서 2월 18.3%로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수입 감소율은 2월에 30.9%로 전월의 31.5%와 비슷했다.

수출 감소율 둔화에는 선박의 수출 증가율이 15.7%에서 47.3%로 확대된 것이 크게 기여했다.

또 품목별 감소율을 보면 승용차는 56.3%에서 34.2%로, 가전제품은 42.3%에서 30.0%로, 철강제품은 26.2%에서 19.3%로 각각 낮아졌다.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이 2월에 4억9천만 달러로 전월의 7억1천만 달러보다 줄어든 것도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줬다.

일반여행수지 흑자가 3억3천만 달러에서 5억7천만 달러로 늘어난데 비해 유학.연수 적자는 3억1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로 줄어든 것이 서비스 수지 적자폭 축소에 도움을 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수준이 높았고 일부 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 경상수지가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 흑자 지속하나..3월 50억불 전망

한은은 3월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식경제부의 무역수지 흑자 전망치가 45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 팀장은 "무역수지 차가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이전 수지도 흑자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품목별 수출도 하나씩 뜯어보면 조금씩 경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에는 환율이라는 일시적인 요인 외에 경기가 꿈틀거리는 구조적인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경상수지는 외환시장 안정에 적지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상수지에 대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을 뒤흔들 다른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다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어 무역수지에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전문가들 "환율 효과 크다"
전문가들도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월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선 데에는 환율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환율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경상수지 흑자폭도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높아지면서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의 적자가 줄었고 수입가격 상승으로 수입 수요도 크게 줄었다"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민간소비가 부진한 점도 수입 급감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2월의 조업일수가 설연휴가 포함된 1월보다 많았던 점도 수출 감소폭을 둔화시킨 요인으로 분석됐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수출이 워낙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2월에 기술적으로 반등한 측면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월별 변동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본수지를 감안하면 외환시장에는 중립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비슷한 규모로 자본수지 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환율에는 중립적일 것"이라며 "3월에는 외국인들이 순유입을 보이는 만큼 2월보다 외화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