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및 유럽연합(EU)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여부가 한국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EU와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먼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한도 확대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최소 1000억달러,최대 무제한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지난 14일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런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공식 요청까지 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확대는 이번 한 · 미 정상회담 공식 안건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이 가이트너 장관에게 이미 공식 요청을 해놓은 만큼 미국 측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그동안 신흥시장국 중 한국에 대해서만 통화스와프 한도를 확대해주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가 오는 10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한도 확대 논의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U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사실상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별다른 진전이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EU와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털어낸다는 방침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 부도 위험 등 EU 내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미국 이외의 어떤 국가와도 맺지 않고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한국과 체결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중에 EU 측과 통화스와프 논의를 위한 별도 회담도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