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생활가전 제품들의 특징이 확연히 이원화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쓰는 제품은 여러 기능을 묶어 1석2조의 역할을 하는 '컨버전스'형으로 개발되고 개인가전은 불필요한 기능을 빼 가격을 낮춘 '디버전스'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주방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디오스 광파오븐'은 전기오븐에 전자레인지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오븐과 전자레인지를 따로 사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하고,공간도 덜 차지한다"며 "지난 2월 판매량이 1월에 비해 13.5% 늘어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위니아만도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묶은 '위니아 에어워셔'로 생활가전 시장에 불고 있는 컨버전스 바람을 타고 있다. 회사 측은 황사철에 미세먼지를 제거해 주는 것은 물론 가습 효과로 알레르기성 비염 등에 좋은 효과를 내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내놓은 스팀 진공청소기는 스팀과 진공청소기를 합쳐 두 제품을 각각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을 크게 낮췄다.

최근엔 TV · 모니터 시장에도 겸용 제품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싱크마스터 TV 겸용 모니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10만대 이상 판매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내놓은 고화질 TV 겸용 모니터인 26인치 '싱크마스터 T260HD'는 출시 100일 만에 3만대 이상 팔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개인가전 시장에선 군더더기를 뺀 콤팩트형 제품이 인기다. 전문가들은 "혼자만 쓰는 제품에는 필요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는 소비 심리가 퍼지고 있다"며 "통신 기기도 한때는 컨버전스 제품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가격을 낮춘 디버전스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트북 시장에서 인터넷 기능에 특화하며 값을 낮춘 넷북(미니 노트북)의 인기도 비슷한 사례다. 삼성전자의 넷북 'NC10'은 회사 전체 노트북 판매량 가운데 25%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넷북 판매량이 전체의 1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작년 말에 출시한 넷북 'X110'이 전체 노트북 판매의 20%를 차지했다.

고가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도 음악 기능에만 특화해 값을 낮춘 MP3플레이어 '아이팟 셔플'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작고 간결한 디자인에 값을 10만원 밑으로 낮추자 청소년과 여성층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휴대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최고 히트 상품은 실속형 '고아라폰'(W270,40만원대)이다. 2007년 5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160만대 이상이며,작년에만 76만대가 팔려나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