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속 고통분담 촉구…사르코지, 보너스 규제 강행
페섹 "AIG 구제위해 9천600만명 희생"…美는 '역주행'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26일(이하 현지시각) 경기 침체 속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기업 경영진이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스트로스-칸의 발언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보너스와 스톡옵션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내주 강행하는 것으로 이날 발표된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월가의 대표적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도 블룸버그가 27일 게재한 기명 칼럼에서 보너스 파문의 진원지인 AIG건을 비판하면서 "AIG를 구제하기위해 9천600만명 이상이 희생된 사실을 아느냐"라고 지적했다.

반면 백악관과 미 의회는 '경제 회생이 먼저'라는 명분으로 당초 보너스를 엄격히 규제하려던 입장에서 후퇴해 재계와 절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대조를 이뤘다.

스트로스-칸은 26일 프랑스 채널 2-TV 회견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고 기업이 좋을 때는 성공한 경영자에게 (거액) 보상하는게 하등의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상황이 나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자가 자발적으로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엄격한 규정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로드 게앙 프랑스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프랑스 24시 뉴스 채널 회견에서 "국가 지원을 받는 기업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규제하는 조치가 내주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대통령령이 31일 공포되면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재계를 대표하는 메데프(MEDEF)는 엘리제궁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보너스와 스톡옵션 지급 문제는 "기업 이사회 소관 사항"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해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앞서 "재계가 자발적인 합의안을 만들지 않을 경우 정부가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보너스 규제와 관련한 '역주행' 움직임이 완연하다.

하원 재무위는 26일 앞서 하원 전체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강력한 보너스 규제안을 누그러뜨리는 수정 법안을 구두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주 전체회의에 상정돼 표결된다.

하원은 AIG 보너스를 과세를 통해 90%까지 회수하는 법안을 328대 93이란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으나 월가와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 속에 상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내용을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바니 프랭크 하원의원은 "당국의 경기회생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은 (보너스 규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면서 "그래야만 침체극복 노력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AIG 사태를 계기로 과다한 보너스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가 폭발하자 강력 규제를 추진하다가 월가와 재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자 주춤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페섹은 'AIG 규제가 9천600만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AIG 구제에 들어간 공적 자금이 1천830억달러임을 상기시키면서 "보험회사 하나를 살리기 위해 9천600만명 이상이 흘린 땀이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 경제가 1천440억달러 규모임을 상기시키면서 AIG를 살리기 위해 그보다 더 큰 규모가 희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