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행 증권 건설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유동성 장세에서 증권 은행 건설 등 이른바 '트로이카주'가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실제 '미니 유동성 장세'가 나타났던 3월 증시를 주도한 것도 이들 '트로이카주'였다.

이외에도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화학주 등 소재주가 수혜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는 반대로 원 · 달러 환율은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키코(통화옵션상품)주 등 환율 피해주들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또 신용 리스크가 부각됐던 기업들과 외국인 선호 종목의 강세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 증권 · 건설주 주목

과거 유동성 장세가 찾아왔을 때마다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낸 대표 업종은 은행 증권을 포함한 금융업종이었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랠리의 특성상 금융주 상승폭이 큰 것이다.

은행은 낮은 조달비용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실자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주는 주가상승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업종으로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랠리를 펼친 이달에도 금융주의 강세가 나타났다. 은행업종지수와 증권업종지수는 이달 각각 21.99%,23.96% 급등해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6.41%)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은행주 가운데 KB금융지주(23.13%)와 외환은행(24.18%)이,증권주에선 미래에셋증권(32.98%)과 우리투자증권(29.30%)이 업종지수를 상회했다.

금융주와 함께 건설업종도 대표적인 유동성 장세 수혜주로 거론된다. 건설업종지수도 이달 17.61% 올랐고 GS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25~26% 급등했다.

아직 미분양 등 건설업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 수혜주인 증권 은행 건설업종이 최근에도 급등세를 탔다"며 "여전히 추가 부실 우려가 남아있는 은행업종에의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증권 건설 등 유동성 민감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주의 경우엔 주택 및 부동산 개발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건설사는 투자위험이 높은 만큼 국내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접근이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재주 · 환율 피해주 등 관심

'트로이카주' 외에도 유동성 장세 수혜주는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설이 돌았던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증시에 유동성이 돌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주나 두산그룹주를 비롯해 효성 코오롱 대한전선 등도 이달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이 떨어지면 신용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급락했던 기업들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여전히 신용등급 'BBB' 회사채의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가 높아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로벌 기업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를 대표하는 IT(정보기술)주나 자동차주가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유동성 장세가 찾아오면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원 · 달러 환율은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표적인 환율 피해주인 키코주와 항공 · 여행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재주도 수혜주로 거론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화학주 등 소재주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 유동성 장세가 후반기로 갈수록 비금속광물과 운수창고 유통 관련주가 선전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수혜 기대감에다 경기회복 초기 물동량이나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