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되면 가격 인하 폭 커질 것"

25일 한국과 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와인, 스카치 위스키, 치즈 등의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 잠정 합의됨에 따라 와인 가격이 12~13% 인하되는 등 소비자혜택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현재 원-유로 환율이 너무 높은 수준이어서 원가에 붙는 관세가 철폐된다고 해서 당장은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환율이 안정되면 가격 인하 효과가 커지고 장기적으로 수입 상품이 다양해져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시장과 매출 규모가 커져 업계의 이익도 커질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특히 와인의 경우에는 15%수준이던 관세가 FTA 발효와 동시에 즉시 폐지돼 다른 품목에 비해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와인은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EU로부터 연평균 8천140만 달러어치가 수입되고 있다.

와인의 가격 구조는 국내 수입 통관된 뒤 15%의 관세가 붙고 여기에 30%의 주세가 붙은 뒤 여기에 다시 10%의 교육세로 붙은 다음 수입업체 마진과 대형마트.백화점 등 유통업체의 마진이 붙는 복잡한 구조여서 관세 철폐의 영향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수입.유통업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평균치로 계산해보면 현재 가격에서 12~13% 정도가 인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수치를 토대로 향후 가격을 추산해보면 현재 150만 원대인 `샤토 무통 로칠드 2004'가 130만 원으로, 22만 원대인 `샤토 탈보 2005'는 19만1천400원으로, 현재 5만 원대인 `마스카롱 2006'은 4만3천500원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칠레와의 FTA 이후 값싸고 질좋은 칠레산 와인이 대량 수입된 것처럼 유럽산 와인에 대한 문호가 더욱 넓어져 국내 와인 문화.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현재 20%의 관세가 붙고 있으나 3년 뒤부터는 관세가 없어져 위스키값도 좀 더 싸질 전망이다.

스카치 위스키는 EU로부터의 수입 농산물 가운데 비중(금액 기준)이 15.6%에 달하는 주요 수입품이다.

관세 철폐와 관련해 스카치 위스키 `윈저'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관세가 3년 뒤부터 없어지는 것이므로 당장 가격인하나 매출증대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환율이 안정되면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 입장에서는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가 36%에 달하는 치즈의 경우에는 15년 내에 철폐하는 것으로 합의돼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치즈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유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국내 치즈 수입량은 지난해 4만4천여t으로 피자업체, 레스토랑 등 업소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70~80% 정도를 차지하고 소매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지금은 t당 3천500달러로 유럽산(3천700달러)에 비해 저렴한 뉴질랜드.호주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지만, 유럽산의 관세가 없어질 경우 양 지역의 가격경쟁으로 전반적인 치즈 가격이 낮아지고 이를 수입해 사용하는 유업계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치즈시장이 3천500억 원으로 소매용 시장은 1천억 원도 안됐지만, 유럽산이 보다 저렴하게 들어오면 뉴질랜드.호주와의 가격 경쟁으로 좀 더 저렴하게 치즈원료를 들여와 원가부담을 덜 수 있고 전체 시장도 커져 가공치즈 매출도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