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주가 등 경기지표 개선

미국의 일부 경기지표가 예상을 깨고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에 대한 설익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전반적인 거시지표는 물론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은 여전히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양상이 바닥을 탈출한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주택시장의 동향과 증시, 일부 제조업 지표는 의외로 크게 호전돼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미 상무부는 2월중 신규주택 판매실적이 33만7천채(연율환산 기준)로 전월에 비해 4.7% 늘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2월 신규주택 판매 예측치를 30만채로 잡았으나 실제 발표치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 재고물량은 33만채로, 200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재고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의 판매추세를 감안하면 재고소진에는 12.2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한달전의 12.9개월에 비해 상당히 단축된 것이다.

상무부가 17일 발표했던 2월의 신규주택 착공실적도 예상을 깨고 전월에 비해 무려 22.2%나 급등한 58만3천채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 1월이후 19년만에 최대의 상승폭이다.

1월중 신규주택 착공실적이 47만7천채로 급감한데다 시장 전문가들이 2월에도 45만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을 감안하면 2월 실적은 의외로 급반등한 것이다.

향후 주택건설 경기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행지표 성격인 주택건축 허가신청 건수는 54만7천건으로 전월에 비해 3% 증가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이 내다봤던 50만채를 웃돌아 주택경기의 호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택시장의 거품이 일거에 붕괴하면서 촉발됐고 현재의 신용경색과 내수침체가 주택경기의 불황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2월중 주택시장 지표의 호전은 경제운용 당국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다.

주택시장쪽만이 아니라 제조업 부문에서도 호전된 지표가 나왔다.

상무부는 25일 지난달 내구재 주문실적이 전월에 비해 3.4% 증가해 7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내구재 주문 증가율은 2007년 12월 이후 최대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2월 내구재 주문실적이 전월에 비해 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발표치는 예상과 큰 편차를 보였다.

내구재는 경기하강기에 소비가 여타품목보다 가장 먼저 줄고 감소폭도 훨씬 큰 반면 경기상승기에는 반대로 급격히 소비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내구재 주문 실적의 호전도 가볍게 볼게 아니다.

특히 2월은 영업일수가 1월에 비해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택판매와 착공건수, 내구재 주문 등이 1월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2월의 경기상황이 지표에서 나타난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양호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처럼 호전된 지표의 발표에 힘입어 뉴욕의 다우지수는 이날 큰 폭의 상승세로 개장, 한때 200포인트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4일 TV 연설에서 그동안의 부양조치들이 성과를 내면서 경기회복이 진전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밝혀 희망론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올해말까지 미국 경제가 힘겨운 상황을 거듭하고 내년 이후에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2월에 나타난 경기지표들이 `반짝' 호전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가격변수들과 미시지표들은 그동안의 극심한 출혈이 일단 멈췄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 반등을 위한 계기를 모색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희망론을 뒷받침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