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삼성중공업이 신청한 선박책임제한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대해 태안 주민들은 즉각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향후 배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에 대해 법원이 보험 가입한도내에서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데 대해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판결이 최소 6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피해배상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주민들 "법원 성급한 판단"
일단 이날 판결에 대해 태안 주민들은 "법원이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55)은 "현행법상 재판부의 판결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기름유출 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법원이 삼성측의 책임제한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성급하다"면서 "피해주민측이 별도의 변론절차를 요구했지만 이를 법원이 묵살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 사무국장은 "삼성측이 책임제한신청은 허베이스피리트사측의 구상권 청구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최근 삼성측과의 접촉에서도 삼성은 충분한 배상을 문서로 약속하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정해진 기일내에 항고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유출 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이충경 어촌계장(37)은 "법원의 이번 결정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삼성이 여전히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삼성측의 주장대로 피해배상금이 허베이스피리트사 등 외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면 바람직하지만 피해주민들 입장에서는 삼성에 대한 배상액이 한정되면서 제대로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삼성중 "피해배상 절차대로 진행될 것"
피해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이번 결정이 피해배상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측의 설명대로 이번 결정은 사고에 대한 삼성측의 배상한도를 56억원으로 한정했다기 보다는 국제법상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중공업측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책임제한 절차는 단지 삼성중공업, 유조선 및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 등 사고 당사자 사이의 구상권 소송에서 책임범위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보상금액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이번 결정으로 삼성이 지난해 약속한 피해지역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이는 주민들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의 책임제한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면 수천억원의 구상금이 유조선측에 지불됨에 따라 피해지역 지원방안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따라 피해지역 발전기금 1천억원 출연과 장기적인 생태계 복원활동 지원 등의 후속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