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등 시장 반응 일단 긍정적

민간 부문 참여와 부실자산 가격 산정 등 문제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행의 부실자산 해소를 위해 민간 부문과 함께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 매입에 나서는 방안을 23일 발표함에 따라 이 계획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정부의 방안은 우선 750억∼1천억달러의 정부 자금을 출연해 `공공 및 민간 투자프로그램'(PPIP)을 출범시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 최소 5천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10일 위기 해소 방안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던 부실자산 해소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이다.

이 계획의 발표에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발표가 나온 이후 급등세로 출발해 오전장에 300포인트 넘게 올라 7,500선을 단숨에 회복하는 등 정부 발표에 화답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은행권이 갖고 있는 부실자산 가치를 경매를 통해 민간에서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너무 낮게 인수 가격이 제시될 경우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팔지, 또한 민간 투자자들이 여전히 위험성이 있는 투자에 뛰어들지 등이 아직 불투명해 과연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히 민.관이 인수한 부실자산이 매입 가격보다 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납세자는 물론 민간 투자자들까지 손실을 입어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 부실자산 해소계획 어떻게 운영되나 = 이번 계획은 그동안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혼자 부담을 진 것과는 달리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여 이들이 주도적으로 부실자산 해결에 나서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계획은 대략 아래와 같은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은행들이 팔고자하는 자산 '풀'을 결정하고 나면 FDIC가 이를 경매해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게 된다.

경매에서는 액면가가 100달러인 모기지 관련 증권이라도 그 아래로도 팔릴 수 있다.

부실자산의 거래가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많다.

부실자산 인수에 나서는 민간 공동펀드는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6대1까지 인정된다.

따라서 140억달러의 부실자산을 매입할 경우 이 펀드는 그 7분의 1인 20억달러를 갖고 나머지 120억달러를 정부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다.

또 기본 자금 20억달러는 민관이 1대1로 부담하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10억달러씩 내게 된다.

이 펀드는 FDIC의 승인을 받은 민간의 관리자에 의해 운영되고 정부 감독을 받게 된다.

◇ 부실자산 해소시 금융시장 활성화 기대 =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실자산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은행권의 손실은 그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온 뇌관이었다.

또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출 등 신용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한 것도 부실자산 문제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부실자산 해소는 은행의 자본구성을 건전하게 만들어 금융회사가 경제회복에 필요한 신용 제공 등 제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민간이 투자를 하도록 하고 부실자산의 가격이 시장에 의해 정해지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부담이나 비용을 줄인다는 면도 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계획이 자산 가치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이는 한편 은행의 손실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은행의 민간부문에서의 자금 조달도 쉽게 할 것이라면서 위기를 신속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최소한의 납세자의 비용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반적인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이날 장중에 급등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의 100개 대형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파이낸셜서비스 라운드테이블은 "공공 및 민관 협력은 시장에 유동성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정부가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면서도 경제를 살리는 독특한 방식을 택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환영했다.

◇ 부실자산 가격과 민간투자 참여가 관건 = 이번 계획의 성과 여부는 민간부문에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지와 부실자산 가격이 어떤 수준에서 형성될지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미 정부는 일단 민간부문에서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악관의 오스탄 굴스비 경제보좌관은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이 정부와 협력하는 것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참여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 부문이 얼마나 부실자산 매입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여부다.

부실자산을 인수한뒤 가격이 오르면 정부와 함께 수익을 나눠가지면 되지만 이렇게 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다 인수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여전히 휴지조각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손실을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이트너 장관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나 투자자들이 모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안된다고 밝힌 것도 이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부실자산 매각 입찰에서 어쨌든 보다 나은 가격을 받으려는 은행과 싸게 매입하려는 투자 펀드간에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행으로서는 자신들 생각에 터무니 없는 가격에 부실자산을 팔아야 할 경우 득이 된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매입자 입장에서는 너무 높은 가격으로 살 경우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테일스 파트너스의 디노 코스 이사는 "커다란 의문은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파는데 따른 혜택이 무엇이냐는 점"이라면서 이를 매입하는 민간 투자자들의 득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보험사 AIG 등의 보너스 문제로 정부 지원을 받은 금융회사들에 비난과 함께 강력한 규제가 취해지는 분위기도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데이비드 코토크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 회장은 보너스 문제에서 보여진 것과 같은 의회의 반응이 이번 계획에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분이 정부와 협력에 나서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의 국유화 등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금융위기 해결책을 주장해왔던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미봉책에 그쳐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90년대 스웨덴처럼 은행을 인수해 경영진을 교체하고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쓰레기에 돈을 퍼붓는 방식인 이번 계획에 절망감을 느낀다면서 "정부 계획대로 악성자산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민간자본들은 도망쳐 나갈 것이고, 결국은 시장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경우 미 정부는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