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 = 23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위 당정회의에서 잠정 확정한 28조9천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안은 전에 없던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해 마련된 고육책이다.

당정은 이미 예고된대로 일자리와 민생대책, 수출.중소기업.자영업 지원 등 총 5개 분야에 지출을 배정,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가장 고통이 큰 분야를 집중 지원하는데 역점을 뒀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의 기본방향은 경제회복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유지.창출하는 한편 사회안전망 보강으로 민생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경 규모가 커진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으며 야당들은 4대강 사업 예산 등을 이번 추경에 넣을 수 없다고 공격하고 있어 추경이 정부 원안대로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해 집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슈퍼 추경 고육책
29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작년말 부터 급속히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어느정도 예고돼 왔다.

각국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동원해가며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라고 예외가 될수는 없는 형편이다.

오히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특성상 외국보다 더 큰 규모의 추경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새로 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2%에서 -4%로 6%포인트나 깎아버린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다시 세계 성장률 전망을 기존 0.5%에서 -0.5~-1.0%로 하향 조정했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6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된다.

국제기구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면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는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제가 추락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빈곤층이 받게 된다.

내수와 투자가 줄어들면 단순 일자리와 동네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에게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2월 취업자는 2천274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2천명(0.6%) 감소, 5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작년 10월 9만7천명, 11월 7만8천명 등으로 줄더니 12월에는 -1만2천명으로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고 1월에도 -10만3천명으로 그 폭을 넓혔다.

매달 악화되는 속도가 아찔할 정도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10월 73만6천명, 11월 75만명, 12월 78만7천명, 올 1월 84만8천명, 2월 92만4천명으로 급격히 늘어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경제사정 때문에 올해 예산안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추경이 거론됐다.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으로 악화되는 경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애초 10조원대 추경이 거론되다가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계속 불어나 결국 10년전 환란 당시의 추경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29조원 수준의 추경안이 마련됐다.

◇ 일자리.민생에 올인
분야별 쓰임새를 보면 민생과 일자리에 방점을 찍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소득층 생활안정에 4조~4조5천억원, 일자리 창출.유지에 3조~3조5천억원 등 전체 지출 확대분 18조원 안팎 가운데 7조~8조원을 민생과 일자리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4조5천억~5조원 규모의 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이나 2조5천억~3조원이 들어가는 지역경제 활성화도 일자리와 민생에 간접효과가 있다.

녹색성장 등 미래대비 투자에도 2조∼2조5천억원이 배정됐다.

세부 내역은 이미 민생 및 일자리 대책을 통해 대부분 발표됐다.

민생안정 쪽에서는 기초생활보호 수급자 7만 가구 확대에 2천937억원, 긴급복지 대상 3만 가구 추가에 1천573억원, 근로무능력 50만 가구를 위한 생계비로 4천181억원을 각각 반영해 사회안전망을 넓게 펼친다.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도 덜어준다.

5월 출범할 한국장학재단에 자본금 1천300억원을 출연해 1조3천억원의 장학채권을 발행, 대학생 학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520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를 10% 깎아주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단지 복리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데 2천억원을 쓴다.

일자리 대책으로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에 대한 지원폭을 늘리는 등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3천52억원을, 사회서비스 일자리 3만3천명을 추가하는데 3천억원, 근로능력 저소득층을 위한 희망근로프로젝트에 2조원을 배정했다.

또 고용유지지원금을 3천억원 늘리고 무급휴업 근로자에 대한 휴업수당으로 992억원을 지원하는 등 일자리 나누기와 지키기도 돕는다.

한라당 윤 대변인은 이같은 정책을 통해 일자리 직접 창출 55만명, 일자리 나누기.지키기 수혜인원이 22만명, 교육.훈련 프로그램 대상이 33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수출기업 지원과 관련, 우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수출보험공사에 추가 출연하고 기업은행 등에 대한 증자 자금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보증재단 중앙회와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으로 5천억원을 배정했다.

미래에 대비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등 연구개발(R&D)과 4대강 살리기, 초중등학교 시설개선사업, 노후 국립대학 리모델링 사업 등을 위해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이번 추경과 각종 규제완화, 민간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