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 토종금융사보다 매서워
줄줄이 감원에 연봉도 싹둑…국내사 재취업 노크

고액 연봉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던 외국계 금융회사 직원들의 입지가 글로벌 금융 한파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직원들도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 등 영향이 적지 않지만, 모그룹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외국계 금융회사 직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훨씬 크다.

연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업수당이나 보너스를 받지 못해 실질 임금이 급감한 데다, 해외 모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감원 계획에 따라 호황기에 늘렸던 직원수를 크게 줄이거나 특정 사업부를 아예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리보전조차 어려워진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

영국계 B사의 한국 지점에 법인영업을 담당하는 김모씨는 2007년 6억원 가까이 받았던 연봉이 지난해는 1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완전 성과급제이다보니 한때 불티나게 팔리던 금융상품 판매가 거의 중단되는 등 영업이 위축되면서 연봉 대부분이 깎인 것이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F사는 작년 말부터 수차례에 걸친 감원으로 마케팅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그룹 차원의 감원 계획에 동참한 G사는 소매 영업을 아예 접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독일계 D사는 최근 5명을 감원했고, S사와 T사도 감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펀드의 추락과 함께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물론 외국계 은행이나 증권사에 불고 있는 감원 바람도 매섭다.

영국계 HSBC 은행은 1천500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앞서 영국계 SC제일은행과 미국계 한국씨티은행도 희망퇴직을 통해 각각 190명과 300명가량을 감원했다.

외국계 은행 중에는 본사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매각설이 도는 곳도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한국 지사도 본사의 방침에 따라 10% 이상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전반적인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외국계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요가 줄면서 한때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던 외국계 금융회사 고용 인력들의 몸값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헤드헌터업체 관계자는 "오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뽑는 곳이 없다 보니, 과거에는 해외교포인 경우 거주비를 지원하는 회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주비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종전까지는 국내 금융권에서 이름을 날리던 우수 인력들이 몸값을 업그레이드하며 외국계 금융회사로 스카우트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오히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인력이 국내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책상에 이력서가 쌓여 있다"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계 인력도 연봉 3억원 정도면 언제든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몸값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때 동종 업계에서도 귀족 대접을 받던 외국계 금융사 직원들에 대한 인식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국내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오히려 여유가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곽세연 기자 abullapia@yna.co.kr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