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아프리카 부족어..인도 휴대전화 벨소리 키워

아프리카 부족어 TV, 코란 경전 내장 TV, 벨소리 키운 휴대전화, 800시간 배터리 휴대전화, 아이스 팩 넣은 냉장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는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세계 시장 곳곳에서 문화.환경 특성을 고려한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이 불황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아이디어 짜내기에 한창이다.

◇ 부족어.경전이 TV 속에..정전대비 냉장고 속 얼음주머니 배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서아프리카법인은 최근 이른바 '나이지리아 TV(Nijan Tali)'를 현지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메뉴.화면조정용 언어로 영어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3대 부족어인 이보.요루바.하우사를 사용했다.

나이지리아 공용어가 영어이긴 하지만, 교육 격차 등으로 여전히 부족어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현실에 착안한 것이다.

아울러 열악한 전력사정으로 가정마다 소음이 큰 발전기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 TV 스피커 출력도 크게 높였고 전통 대가족의 많은 식구들이 함께 시청하기 쉽도도록 회전식 스탠드를 달았다.

이같은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LG전자 TV는 나이지리아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중동 시장에서 '코란 TV'도 팔고 있다.

이슬람 신자들을 위해 PDP TV가 114장으로 구성된 코란 경전을 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읽어주기까지 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인도에서 판매하는 냉장고에는 특이하게 '쿨 팩'이라는 축냉제가 딸려있다.

정전이 잦은 인도 현지 환경을 생각한 것으로, 일종의 얼음주머니인 이 팩으로 정전이 되더라도 냉동실 온도 상승을 2시간 가량 늦출 수 있다.

또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인들을 위해 냉동실 면적을 줄이는 대신 냉장실을 키웠다.

인도의 환경과 문화를 최대한 반영한 삼성전자 냉장고는 현지 고급 냉장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볼밸런스' 기술로 진동을 잡은 것이 주효했다.

대부문 목조가옥인 미국이나 캐나다 집에서는 일반 세탁기의 경우 진동이 너무 커 지하에 두고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고속 탈수모드에서도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독자 기술로 북미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최근 미국 유명잡지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 4월호에서 '베스트 드럼세탁기'로 선정됐다.

◇ 소음.충전환경.생활양식 따라 '현지 맞춤형' 휴대전화

고객이 24시간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경우 '현지화' 작업는 더욱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인도 시장에서는 벨소리를 키워 휴대전화를 팔고 있다.

오토바이 소리 등으로 길거리나 시장 소음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또 LG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800시간이상 작동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휴대전화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인도의 전기시설이 충분치 않아 충전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파키스탄에서는 '모바일 트래커'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도 내놨다.

현지에서 휴대전화가 큰 부(富)의 상징이고, 현금처럼 거래되는 점을 감안, 도난 또는 분실의 경우에도 쉽게 위치와 번호를 추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04년 LG전자는 이슬람 성지 '메카'의 위치와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이른바 '메카폰'을 중동시장에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고, 이라크에서는 쿠르드어 전용 휴대전화까지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휴대전화를 2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듀오스(Duos) 폰'으로 러시아, 중국 등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제품은 2개의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를 끼워 2개 번호를 통해 동시에 전화.문자메시지.무선통신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불황 속에서도 현재까지 460만대가 넘게 팔렸다.

듀오스폰 역시 철저한 현지화의 산물이다.

러시아에서는 회사가 지급하는 SIM과 개인 SIM을 모두 사용하는 비즈니스맨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워낙 지역이 넓어 국내 이동이라도 로밍이 필요한 중국, 출장.여행 등으로 국가간 이동이 잦은 유럽 지역에서도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듀오스폰은 아무리 글로벌 경기가 침체라지만 현지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아이디어로 신규 시장 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모범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