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파문 와중에 AIG 그룹은 현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훌륭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관대한 보너스'를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과 태국의 예를 보면 이는 잘못된 주장이며, AIG 그룹은 '위기 유발 책임자를 축출하는 것 만이 위기 극복의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유력 경제 학자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시몬 존슨 MIT 경영대 교수와 예일대 로스쿨에 다니는 제임스 곽은 20일 이 신문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AIG의 주장은 AIG에 칼을 꽂은 사람들이 깔끔하게 그 칼을 빼낼 수 있다"는 논리밖에 안 되며, "결국 깔끔한 장례식을 준비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기고문은 "비슷한 주장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나왔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대출 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이들도 폈지만, 결국 이는 임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연막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예를 들면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거대 기업군과 은행간의 유착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는데도 당시 한국 은행가들과 회사들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벌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외부인들은 진성 채무와 악성 채무를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에서도 친족 경영을 하는 기업체들의 신용 가치 판단에는 방콕 은행과 시암 상업은행 같은 대규모 금융기관이 없으면 안된다는 논리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과 태국지도자들은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외국 자본을 유입해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개선됐으며 재벌들은 그 이전보다 훨씬 강한 생존력을 갖게 됐다고 이들은 말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아들인 밤방 트리핫모조가 곤경에 처해있던 자신의 안드로메다은행 문을 형식적으로 닫은 뒤 이름만 바꿔서 또 다른 은행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내부자들이 금융기관을 파괴했을 때 가장 직접적인 치료는 그들을 내치는 것"이라면서 "만일 AIG가 복잡한 금융거래, 헤징 포지션, 거래 상대방과의 관계 등으로 기존의 실패했던 사업을 주도한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1997년 인도네시아의 예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실패 사례는 1998년 러시아, 1990년 폴란드, 1994년 우크라이나의 예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반대의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