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민간 배드뱅크를 다음 달 설립한다. 경기 침체로 급증할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자체 출자를 통한 민간 중심의 제2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만드는 것이다. 이 민간 배드뱅크가 세워지면 부실채권 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돼 부실채권 처리가 용이해지고 가격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배드뱅크가 내달 초 출범할 예정이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각자 일정 금액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인 배드뱅크를 설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아직 검토해보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금융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과의 워크숍에서 민간 자본으로 만든 부실채권 정리 기구,일종의 민간 배드뱅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그 이후부터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설립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 하강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하게 되면 부실채권 매입 기구도 확대돼야 한다"며 "캠코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부실채권 유동화가 보다 용이해지고 채권 가격도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캠코에 부실채권을 넘기는 것보다 스스로 부실자산을 유동화시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편이 수익률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간 배드뱅크는 은행권의 부실채권을 사는 만큼 은행들이 전체를 출자하기보다는 일부 참여하고 대신 연기금이나 사모자금 등에서 출자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인 부실채권 잔액은 작년 12월 말 1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7조7000억원의 두 배로 늘어난 상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