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중유럽과 동유럽을 살리기 위한 공조에 나설 태세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례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동유럽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회원국 지원 기금의 상한선을 현재의 250억유로(약 48조1700억원)에서 큰 폭으로 높이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동유럽에 대한 특별 지원을 거부했던 EU 정상들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동유럽 지원을 위해 이 기금의 상한선을 1800억유로(346조8400억원)까지 확충해 달라는 헝가리의 요구를 거부했던 유럽 각국이 입장을 한 달도 안 돼 바꾼 셈이다.

EU의 동유럽 지원 공조를 이끌어 낸 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동유럽은 중요한 수출 시장"이라며 "동유럽의 금융 시장이 경색되면 피해는 우리에게도 온다"고 밝혔다.

동유럽은 이미 헝가리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세르비아에 이어 최근 루마니아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하는 등 국가 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IMF는 올해 동유럽 경제성장률이 -0.4%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유럽 내 의견을 통일하기 위한 의제도 다뤄졌다.

이와 관련,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위기 비용을 미래 세대에 전가할 수 없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경기 부양에 반대했다. 반면 EU는 IMF에 750억~1000억달러를 추가로 넣는 데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