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과 같은 뇌기능 이상 질환이 유발되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김경진 박사(40 · 사진)팀이 인간 뇌세포에 존재하는 SSADH(숙신산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규명해 뇌질환이 발생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생명과학 학술지 '엠보저널'(EMBO Journal) 온라인판(20일자)에 게재됐다.

간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발작적으로 심한 경련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병이다. 2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며 이 중 50% 정도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중증의 뇌질환이다. 현재까지 SSADH의 기능 저하가 인간 중추신경계의 중요한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인 '가바'(GABA)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켜 간질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SSADH의 기능이 떨어지는 구체적인 원인과 작용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포항방사광가속기의 단백질 결정학 빔라인(6C1)을 이용해 SSADH의 고해상도 입체 구조를 규명,분자 수준에서 간질 유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SSADH는 가바의 중간산물인 '숙신 세미알데히드'(SSA)의 분해작용을 돕는데 SSADH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SSA와 결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에 따라 SSA의 분해가 늦어지면서 뇌세포 내에서 가바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뇌의 과흥분 상태로 발생하는 간질증상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가바의 농도 증가는 간질 뿐 아니라 언어장애,정신지체 등 다양한 뇌기능 이상 질병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져있다"며 "이 연구 결과로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분야의 원천기반기술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