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국타이어 충남 금산공장.총 87만2000㎡(26만4000평) 부지에 2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공장의 야적장에는 미국 유럽 등에 내보낼 타이어를 담은 대형 컨테이너 박스가 50개 남짓 쌓여있었다.

공장 한쪽 사무실에는 도요타 BMW 등 해외 굴지의 자동차업체 구매담당자들과 판매 협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종전보다 가격을 10% 낮춘 실속형 타이어와 연비를 최대 16% 높인 친환경 타이어,고급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UHP) 타이어 등이 글로벌 불황을 뚫어낼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틈새상품으로 불황 돌파

세계 자동차시장이 동반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타이어업체들이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한국타이어 금산공장은 요즘 신바람이 나 있다. 이 달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 실속형 제품인 스마트 타이어의 반응이 좋아서다. 스마트 타이어는 멋을 살린 무늬 등을 빼고 단순한 디자인을 넣어 가격 거품을 뺀 제품이다.

이 회사의 또 다른 틈새상품은 친환경 타이어인 '앙프랑'이다. 2년6개월간 110억원을 투자해 작년 6월 처음 출시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성능 타이어의 반응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07년 3195억원이던 고성능 타이어 매출은 작년 4159억원으로 30.2% 급증했다. 고성능 타이어란 16인치,55시리즈 이상의 큰 규격 제품을 말한다.

김진혁 생산지원팀장은 "원화 약세를 활용해 다양한 틈새상품을 출시한 덕분에 외국 구매업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품의 약 70%를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대 · 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국내 첫 완전자동화 공장

금산 공장은 1997년 첫 준공됐지만,작년 초 3공장 1단계에 이어 오는 9월께 2단계가 가동된다. 최신식 설비를 갖춘 금산 2공장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는 하루 5만개 수준인데,3공장이 증설되면 6만2000개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동종업계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지만,공장 증설로 수백명을 새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산공장 내에선 총 26대의 무인 자재운반 차량(LGV)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타이어 원단 등 부품과 '그린 타이어'로 불리는 반제품을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운반하는 장치다. 안전을 고려해 사람이 접근하면 움직임을 멈췄다.

정철오 기술팀장은 "글로벌 타이어업체 공장을 통틀어 자동화 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 우리 공장"이라며 "종전엔 성형기 한 대당 한 명이 작업하기에도 바빴는데,지금은 한 명이 여유있게 성형기 두 대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공장은 완제품을 내놓기까지 총 세 번의 검사를 거치게 돼 있다. 검열관이 직접 손과 눈으로 완성도를 측정한 뒤,중량과 균일성 등을 기계로 전수검사하는 방식이다.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에만 총 3개의 도장이 찍힌다. 강성 등이 균일하지 않은 제품은 100% 폐기 처리된다.

◆노조,"무파업 전통 잇겠다"

한국타이어 노조의 무파업 전통도 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돕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인 이 회사 노조는 1987년 이후 32년째 파업하지 않고 있다.

문기선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FTA 반대 등 정치적인 사안보다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복지,임금 등에 신경써야 한다"며 "글로벌 7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만든 노사상생 전통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는 민주노총 등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공장 내 안전문제를 집중 이슈화한다고 판단,공식 대응과는 별도로 내년까지 총 318억원을 환경 · 보건 · 안전 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금산(충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