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고용대책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 달 새 일자리 4만개가 사라졌고 불과 4개월 전 3.0%였던 실업률은 4% 턱밑까지 치솟았다. 기업 구조조정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고용시장은 이미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업률 3년11개월 만의 최고치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실업률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취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데도 실업률은 3%대 초반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실업률 통계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웠다. 미취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배제되는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그랬던 실업률이 이제 본격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는데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9%(실업자 92만4000명)로 2005년 3월(4.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007년 2월 3.7% 이후 월별 통계에서 한번도 3.5%를 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엔 3.0%에 불과했지만 12월 3.3%,지난 1월 3.6% 등으로 갑자기 추세선이 가팔라졌다. 이대로라면 내달엔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 큰 문제는 고실업 현상이 경제 발전의 주력 부대인 청년층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5~29세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8.7%에 달했다. 실업률 상승 속도도 빨라 지난해 11월 6.8%였던 것이 12월 7.6%,지난 1월 8.2%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고학력 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업자 가운데 대학 이상 졸업자는 34만4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 27만7000명에 비해 24%(6만6000명) 증가한 반면 중학교 이하 졸업자는 13만명에서 13만9000명으로 6.9%(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와 임시직 근로자가 무너진다

2월 취업자 수는 2274만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4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7만8000명 증가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였으나 12월 1만2000명 감소로 전환된 뒤 지난 1월엔 10만3000명 줄어들면서 고용대란을 예고한 바 있다.

취업자 수 감소를 주도하는 계층은 자영업주와 임시직 근로자들이었다. 자영업주 수는 555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만6000명 감소했고,임시 근로자 수는 505만5000명에서 486만2000명으로 19만2000명 줄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