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차기 재무장관으로 낙점하자 월가는 "탁월한 선택"이라며 반겼다. 그의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는 30분 만에 500포인트나 급등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가이트너가 공식 취임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딴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가이트너가 워싱턴(정가)과 월가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며 "그가 조만간 발표할 은행 부실자산 처리 방안이 중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이트너는 지난달 10일 야심찬 금융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알맹이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특히 최근 AIG의 보너스 지급 계획을 미리 알고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기관위험분석(IRA)사의 크리스 웨일런 이사는 "가이트너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올 6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기야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오바마 대통령은 가이트너 장관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가이트너가 조만간 선보일 은행 부실자산 처리 방안에는 최대 1조달러 규모의 '민 · 관 합동 부실자산 인수펀드' 세부 운영 계획과 새로운 정부 자금을 주요 금융사에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한편 미국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이날 기업 자산가치를 매입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온 '시가평가 회계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자산가치 산정 과정에서 기업 고유의 산정 모델이나 추정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재량권을 주는 내용이다. 로버트 허츠 FASB 위원장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수정된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