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속도와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재무 · 관리부문에서만 27년 넘게 근무한 최 사장은 올해 1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내정됐고 지난 13일 주총을 거쳐 16일 정식 취임했다.

최 사장은 취임식에서 "규칙에 의한 무결점 프로세스를 갖춘 다음 시스템화해 업무의 속도를 높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업무처리 방식은 매뉴얼화돼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움직여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최 사장은 "일상적인 일은 시스템에 따라 처리하고 남는 시간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일에 더 집중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시절 몸에 익힌 현장중심 경영을 금융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보였다. 최 사장은 "고객의 요구사항이 상품개발 프로세스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모든 생각과 업무를 고객 및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은 상품을 내놓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나 오류가 발견되면 그때서야 수정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데,앞으로는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아예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유석렬 전임 사장이 카드대란으로 부실이 커진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면 최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CEO가 취임한 첫날부터 스피드와 현장 중심 사고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 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위기가 기회인 만큼 전반적으로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 사장은 그룹 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삼성전자 투자계획의 대부분을 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