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DVD 중에서 어떤 영화를 골라 볼까?'

이런 귀찮은 고민을 해결해준 업체가 있다. 미국 온라인 DVD시장의 95%를 장악하며 오프라인 비디오업계까지 정복한 넷플릭스다.

이 회사는 클릭만 하면 내 입맛에 딱 들어맞는 DVD를 짚어준다. 한 달간 고객이 원하는 만큼 DVD를 빌리는 요금은 고작 8.99달러(약 1만원)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인터넷 신청 후 하루면 집 앞까지 DVD가 배송된다. 반납은 동봉된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획기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1997년 창업 이후 2년 만에 회원 70만명을 확보했고 지난 2월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는 10만개가 넘는 DVD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영화만 꼭 집어 추천할 수 있을까. 바로 자체 개발한 영화 추천 시스템 '시네매치(Cinematch)' 덕분이다. 시네매치는 가입 회원의 DVD 클릭 패턴,대여 목록 및 DVD 반납 후 평가점수를 기반으로 취향을 분석해 고객을 위한 DVD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시네매치는 80%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시네매치가 더욱 특별한 것은 재고관리에도 도움을 준다는 데 있다. 시네매치는 회원이 흥미를 가질 만한 DVD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DVD를 먼저 추천함으로써 재고 조절을 돕는다.

넷플릭스는 대여 신청이 이뤄지면 24시간 내 배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DVD를 신청할 경우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

예를 들어 동일한 정액제 프로그램에 가입한 A씨와 B씨가 똑같은 DVD를 요청했다고 가정하자.A씨는 한 달에 5~6편,B씨는 가입 후 DVD를 거의 빌리지 않고 있다. 이 때 넷플릭스는 B씨에게 먼저 배송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을 내고 덜 빌리는 B씨가 수익성 높은 고객이다.

따라서 수익성 높은 고객에게 빠른 배송으로 만족을 줌으로써 다음 재계약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게다가 '영화를 좋아하는 A씨는 꼭 그 DVD가 아니라 다른 DVD를 봐도 큰 불만이 없었다'는 판단도 있다. 축적된 데이터에 의한 치밀한 분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다.

넷플릭스는 창업 이래 매년 8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엔 13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요즘,철저한 분석 경영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 김지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