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최근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부실 평가와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또 외화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외화 조달 노력이 미온적이고 일부 외국계은행의 대주주는 배당을 통해 잇속만 챙긴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보내 은행의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경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은행들 말로만 퇴출 판정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주건설은 지난 1월 20일 채권금융기관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D등급(퇴출)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처리 방안이 결정되지 않았다.

대주건설은 최근 용인 지역에 지은 아파트의 입주로 조만간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채권금융기관들도 대주건설에 대해 강제로 퇴출 절차를 밟았다가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경남은행 관계자는 "대주건설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이행하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 쪽에서는 `자생이 가능하다면 굳이 회생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들도 법원에 이 회사의 법정관리나 파산을 신청할 수 있으나 굳이 혼자 나섰다가 소송 등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지켜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작년 12월 3일 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동의하고도 자금지원액 배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실사를 못하다가 D등급으로 판정해 워크아웃을 조기 중단했다.

하지만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의 요구로 두 달 이상 퇴출을 미루는 등 혼선을 빚었다.

반면 신용위험평가 결과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을 받은 신창건설은 자금 부족과 사주의 횡령 사건 등이 겹치면서 기업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동종합건설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고도 얼마 안 돼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권단의 기업 평가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부실만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 외화조달 한은에만 목매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에 지급 보증을 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를 활용해 차입에 나선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들은 외환당국의 달러 공급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단기물 외화 조달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시장 조달 금리가 높은데다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어떤 형태로든 경영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은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의 평균 낙찰금리는 작년 12월 초 연 5~6%대에 달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은행마다 신용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리보 금리(런던 은행간 금리) 수준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한은 자금을 받는 것이 크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스와프 자금의 낙찰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은행들의 해외 차입 유인을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 배당으로 대주주 잇속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최근 은행권에서 최대 규모인 806억 원을 배당키로 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다른 은행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로 배당을 자제한 것과 대조됐다.

외환은행의 배당액은 작년 순이익의 10.1% 수준으로, 배당 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배당 전보다 0.11%포인트 하락한 11.79%로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치 12%를 밑돌았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국인 임원은 고급 주택에 거주하면서 900여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외국인 임원이 좋은 대접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는 임금 동결이나 퇴직을 유도하는 반면 임원 대우에는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지주회사에서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계열사인 은행과 대출 거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