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없는 유한양행, 공동대표 시험대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두 대표의 역할분담과 의사결정구조, 대외적인 대표성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일시적인 혼란도 예상되고 있다.
◇왜 공동대표 체제 선택했나 = 유한양행은 대기업이 아니지만 고 유일한 박사가 사회에 환원한 기업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경영방식에 대해 업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이 적지 않은 편이다.
유한은 지금까지 사원으로 입사해 능력을 검증 받은 임원 가운데 대표이사를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 후보 가운데 탈락한 임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관례였다.
지난해 회사는 김윤섭(60) 최상후(59) 두 후보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으나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하는 데 실패하고 공동대표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김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베이트용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0월 이후 공동대표체제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부사장의 역량과 사내 영향력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한 명을 탈락시키는 것은 자칫 기업내 화합과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한 사람을 낙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오너가 없는 것도 단일 대표 선출에 실패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업무 분담 어떻게 되나 = 업계에서는 '주인이 없는' 유한양행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역량이 집결되지 않고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강력한 오너의 권한이 없는 유한양행 내부에서 두 공동대표가 방향설정이나 의사결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공동대표의 역할분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취임 후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역할분담 및 경영 방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날 주주총회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두 대표이사의 이름을 표시하는 순서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업조직을 이끌어 온 김 대표가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맡고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분야를 최 대표가 책임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유한재단과 전임 대표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회사이므로 주요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위기대응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며 "제약업계 2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단기간에 조직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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