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1일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의 유망한 투자은행가들이 금융위기로 자신들의 보수 문제에 여론이 주목하고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는 가운데 월가를 떠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작년 가을 금융위기가 악화된 이후 수만명의 해고를 발표하는 등 실적 악화로 감원에 나서면서도 채권 판매나 인수.합병(M&A), 주식공모 등의 영업에서 수익을 올리는 능력을 갖춘 베테랑 전문가들은 유지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부문 개입이 그동안 월가에 만연했던 고액 보수시대에 종말을 고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만 해도 도이치뱅크의 미국 M&A 업무 책임자인 장 마나스와,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인 조지프 패비치, UBS 임원인 제프 사인 등 고위직 인사들이 회사를 떠났고 이에 앞서서는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스컬리나 UBS의 로버트 질레스피 부회장, 메릴린치의 조지 애커트 등이 그만뒀다.

신문은 런던 금융가에서도 유력한 금융인들이 떠나는 것이 뉴욕 월가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를 떠난 이들 중 일부는 에버코어나 그린힐 등과 같은 소규모 증권사에서 자리를 찾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일에서 손을 놓고 있다.

이들이 월가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을 월가로 끌어들였던 것과 똑같은 요인이었던 돈이다.

이들에게 거액을 안겨줬던 스톡옵션이 증시의 몰락 속에 무용지물이 되는 등 자신이 열심히 일한 성과에 대해 큰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보수와 관련한 컨설팅업체인 존슨 어소시에이츠의 애즈 앨런 존슨은 "지금 당장에는 누구도 이들에게 올해 일한 성과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말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의 유력한 금융인들이 떠난데 따른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월가는 2001년과 2002년에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직 은행가들을 대량 해고했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지금은 베테랑들의 빈자리를 채울 인재들이 많지 않고, 베테랑들의 상당수는 이미 많은 돈을 벌어 쉽게 은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