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피했지만 물가-임금 급상승

슬로바키아가 올해 1월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도입하면서 주변 국가들과는 달리 외환 위기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지만 동시에 급격한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입이 한마디로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슬로바키아는 유로화 도입으로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어느 정도 피해가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가 자국통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겪고 있고 특히 헝가리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대부분의 이웃국가들이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정부는 통화 전환 당시 시민들의 환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통화인 코루나의 대(對) 유로 공식 환율을 낮게 잡았고 이는 주변국들과의 극심한 통화가치 격차로 인한 산업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큰 슬로바키아로선 주변국 통화 급락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국경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으로 건너가 쇼핑을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 국경 인근인 노위 타르그 지역에 사는 슬로바키아 주민들은 폴란드에서 각종 생필품을 구입, 승용차에 가득 실고 슬로바키아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문에 국경 넘어 폴란드 지역의 상점과 슈퍼마켓 등은 슬로바키아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데 반해 슬로바키아쪽은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관광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스키 리조트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스키어의 40%가 폴란드인이었지만 올해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타트리산 리조트의 마케팅 담당인 카타리나 사라피노바는 "폴란드 즐로티화가 폭락하면서 폴란드인들의 슬로바키아 여행 비용이 너무 커졌다"며 숙박업소들은 빈방 투성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유로화 도입 이후 근로자들의 봉급도 치솟고 있다.

한때 중.동부 유럽에서 임금이 가장 쌌던 슬로바키아는 현재 시간당 임금이 7.40유로로 이 지역에서 두번째로 높아졌다.

이는 중.동유럽 평균보다 12%나 높은 수준이다.

우니크레디트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얀 토트는 "(임금 수준이) 아직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보다는 싸지만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