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태양전지와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의 충북 음성 '태양광 제1공장'에는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을 합쳐 1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연간 태양전지 60㎿,모듈 70㎿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1공장 옆에는 6월께 규모가 더 큰 2공장이 완공된다.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연말께 1,2공장에선 7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일할 전망이다. 송석현 솔라에너지부장은 "수출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규모를 키우는 게 시급하다"며 "본사와 협력업체에서 연내 500명 이상을 신규고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공장 가동 후 이 회사의 연간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330㎿,모듈은 170㎿로 각각 확대된다. 생산제품의 80%는 해외에 수출하고 20%는 내수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2.아시아 최초로 3㎿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설계 · 제조하는 두산중공업은 7월 말 제주도 육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실증 시험에 들어간다. 이어 제주 앞바다에 기초구조물 공사를 한 뒤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원공장 해당분야 인력을 올해 네 배 늘릴 계획이다. 기술,설계,가공,제작 · 조립 분야에서 150명을 충원해 전체 인력을 200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박종표 풍력기술팀장은 "핵심 부품인 길이 44m짜리 블레이드(날개)를 비롯해 증속기 발전기 등을 대부분 국내 협력업체에서 조달해 조립하고 있다"며 "부품을 국산화하면 수입대체는 물론 고용을 추가 창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산업은 그린잡 만드는 '풍차'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주춤하지만 녹색성장 산업,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고용을 크게 창출하고 있다. 환경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일자리인 이른바 '그린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녹색산업 육성에 나서며 시장 규모가 해마다 커지는 것도 그린잡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최근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바이오디젤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31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2050명을 신규 채용할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고용인원(2950명)의 69.5%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은 물론 동양제철화학 한국실리콘 등도 태양전지 관련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정창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녹색산업은 국내 기업들이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단계인 만큼 당분간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부품과 소재 분야의 수출 산업화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그린잡이 생겨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건설 중인 최고급 호텔 '조르지오 아르마니 호텔'의 복도 조명용으로 약 8000세트의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공급키로 계약했다. 화우테크도 캐나다 토론토시의 LED 가로등 보급사업 시범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다. '해외시장 개척→제조기반 확충→그린잡 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사례다.

◆기술확보 등 그린잡 선점 준비해야

그린잡은 단기적으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쏟아질 전망이다. 다양한 그린잡을 통틀어 일컫는 '그린 칼라(Green Collar)'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뉴딜,녹색IT(정보기술),기존산업의 녹색전환 등에서 무더기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인력,태양열 전지판 기술자,녹색지식컨설턴트,바이오 연료 소재 생산 농 · 어민,풍력발전단지 건설자 등이 '그린 칼라'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 나가는 과정에서도 그린잡은 다양하게 창출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1.2%인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2012년까지 5%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9170㎞인 자전거 도로를 1만7600㎞로 늘리기로 했다. 자전거 도로건설(3만7000개)은 물론 보관 · 대여 · 수리정비 등 관련 서비스(5000개) 자전거 제조업(1000개) 등에서 모두 4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향후 국내에서 만들어질 그린잡은 얼마나 될까. 정부는 지난해 확정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태양광 풍력 LED 전력IT 수소연료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 등 녹색성장 9대 유망분야에서 2012년까지 10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초 발표된 신성장동력 17개(녹색기술 6개 분야 포함)에서는 2013년까지 144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린 칼라와 관련해 정부나 연구기관이 구체적으로 예상한 수치는 없다.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9대 기존 주력산업 분야의 녹색전환 과정에서 생겨날 일자리 규모는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각종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제시되는 일자리 창출 목표수치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경우도 있다.

인적자원(HR) 전문가들은 "녹색산업이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책과 환경 중요성의 부각 등으로 대규모 그린잡을 만들어낼 것은 분명하다"며 "녹색산업 기술이나 관련 트렌드를 제대로 익히고 따라가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도 과감하게 혁파해야 일자리 창출에 시너지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