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부뚜막의 절미통(節米桶)에 비유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윤 장관은 9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재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어릴 때 집집마다 부뚜막에 절미통이라는 게 있었고 어머니는 밥을 하실 때 늘 쌀 한 줌을 덜어내 절미통에 넣곤 했다"면서 "이렇게 모인 쌀을 부녀회에서 모아 마을의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마을 공동사업에 썼다"고 회상했다.

윤 장관은 "이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 문화와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풍습이자 말 그대로 십시일반의 정신이 일상에 녹아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렇게 쌀 한 줌을 덜어내던 그 마음이 우리가 경제위기 극복대책의 하나로 선택한 잡셰어링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공기업은 물론 많은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참여소식을 들을 때면 고마운 마음에 그 사장님과 근로자들을 보고 싶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나누어진 일자리가 팍팍한 살림살이를 조금이나마 펴주고 이렇게 지급된 임금이 우리 사회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소비 침체를 막는다면 그야말로 한국은 경제위기 극복의 새로운 교과서를 쓰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 모으기의 저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듯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위기극복은 대한민국을 다시 보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임금 지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면서 "일자리가 가져오는 심리적 안정감, 사회통합 효과, 가족 해체 방지, 긍정적 감성의 확산, 공동체 연대감 등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은 물론 경제 재도약을 위한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정부 직원들에게 "일자리 나누기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면서 "그러려면 국민과 시장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 장관은 대외 여건 악화로 취임 한 달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는 "뒤돌아보면 지난 한 달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여러분과 함께 쉴 새 없이 뛰었고 준비한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했지만 대외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물론 원인이 무엇이든 민생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국민께 송구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위기를 먼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굳건해진 한 달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