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대가로 올여름 미국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할 예정인 외국인에 대한 채용을 취소했다.

이는 최근 통과된 7천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포함된 구제금융 조건에 따른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 설명했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이 최근 미국인 노동자를 해고했을 경우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사실상 신청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총 450억달러의 TARP 기금을 받은 BOA는 "최근 법안의 변화로 인해 H1-B 비자를 받은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던 것을 취소하게 됐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BOA 취업이 취소된 외국인 학생은 5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통 미 금융기관 신입 인력 중 3분의 1이 외국인 MBA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파장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스쿨 관계자들은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이 같은 선례를 따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소속 슬론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슈미틀라인 학장은 "외국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며 경영학 공부를 위해 으레 미국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이러한 방침으로 인해 다른 나라로 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이민 자유론자들은 TARP의 이러한 조치가 우수한 해외 인력의 유입을 가로막고 외국의 보복성 조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