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렵다지만 LCD TV는 예외예요. 손이 부족해 물건을 못 만든다니까요. "

9일 LG전자 경북 구미 LCD(액정표시장치) TV사업장 직원들은 "지난 연말부터 LCD TV 주문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바쁜 손놀림을 이어갔다. 구미 LCD TV라인은 1월부터 공장 가동률을 100%로 높였으며 3월부터는 잔업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월 최대 생산량 25만대로는 주문을 맞추기 힘들어 야간에 추가로 공장을 가동하게 됐다"며 "3월 생산량은 3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LCD TV가 '나홀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서 TV를 보는 트렌드가 굳어진 덕분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완제품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불황 속 호황'의 요인으로 꼽힌다. 26~42인치 LCD TV의 1월 판매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10%가량 떨어졌다.

LG전자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높인 LCD TV 매출 목표를 모든 해외법인에서 달성했다. 유럽,북미,중동 · 아프리카 지역본부는 목표치를 20% 이상 초과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의 시장 규모 데이터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NPD에 따르면 1월 미국 시장 규모는 14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36.4%보다 수요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유럽과 중국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TV용 유리기판 업체인 커밍은 1월 첫주부터 2월 둘째주까지 서유럽과 중국의 판매량이 각각 50%와 100% 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LCD TV 특수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월 미국 LCD TV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3%에 그친 2위 소니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밀어냈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1년가량 이어지면 전 세계 TV 시장의 판도가 한국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도 "구미 공장에서 만들어 아시아와 호주 등으로 수출하는 LCD TV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영업이익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올해가 시장 주도권을 굳힐 적기"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