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불황 타개를 겨냥해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추고,기능도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신흥국 전용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필름 파나소닉 혼다 등은 신흥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능만을 최대한 압축,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성장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후지필름은 올해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을 단순화해 가격을 100달러(약 15만원) 이하로 낮춘 모델을 아시아와 남미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후지필름은 화상센서에 범용부품을 채용하는 등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중국에 부품 구매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해외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올해 브릭스(BRICs,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와 베트남 시장을 겨냥해 현지형 가전제품을 작년보다 40% 늘린 70개 품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상하이 연구소 등에서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망도 정비,신흥국 판매를 두 자릿수 이상 늘려간다는 목표다.

혼다자동차는 아프리카 시장에 맞는 이륜차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국 기업이 혼다의 절반 값에 불과한 이륜차를 팔고 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엔진 등의 기능을 압축해 가격을 현재보다 10% 정도 끌어내릴 방침이다.

이 밖에 히타치어플라이언스는 중국 등 신흥국 20개국 전용 대형 냉장고를 만들어 단계적으로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칸농기는 가격을 3분의 1로 낮춘 중국형 콤바인을 판매할 예정이며,다이하쓰공업은 인도네시아 전용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 신흥국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