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지원. 저리대출 병행

정부가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영세 자영업자 문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임금 삭감을 통해 실업을 면할 수 있지만 영세자영업자는 문을 닫을 경우 경기 침체 속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포장마차나 노점상 등을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 대상도 아닌데다 사업자 등록증도 없어 정부 대출이 힘들다는 점에서 복지 사각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으로 휴.폐업 자영업자에게 4인 가구 기준으로 66만~132만원을 최장 4개월까지 지급하고, 4천2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노점상 등 영세자영업 84만 가구에 300만~500만 원을 대출해주기로 하고 추경에 반영키로 했다.

또한 영세자영업자들이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별도의 실업급여 제도를 올 하반기 중에 마련하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노력할 계획이다.

◇ 경기침체 최일선에 선 '자영업자'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구조조정에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97만 명으로 600만 명 선을 하회했다.

자영업자 수가 600만 명 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의 586만 명 이후 8년 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3.6%로 30개 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구조적인 포화상태로 해가 갈수록 자연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올 1월 자영업자 수는 559만 명으로 지난해 10월의 604만 명에 비해 3개월 만에 45만 명이 줄었다.

계절적으로 겨울에 자영업자 수가 줄어드는 특징을 감안해도 과도한 감소폭이다.

특히 1월 559만 명 중 고용원이 없는 412만 명의 자영업자는 영세할 가능성이 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나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 중 하나"라며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다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있어 당분간 개선 기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 휴.폐업 자영업자에 생계비 긴급수혈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경제위기에 타격을 받기 쉬운 대표적인 취약계층 중의 하나로 분류하고 긴급 및 중기 대책을 동시 다발적으로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휴.폐업 자영업자도 긴급복지지원제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생계비 지원을 최근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보고 재원은 이번 추경안을 통해 마련하고 1월부터 곧바로 지원을 시작했다.

지원대상은 연소득 2천400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 중 휴.폐업 신고 후 1개월이 경과한 사람으로 4인 가구 기준 66만~132만 원을 최장 4개월까지 준다.

정부는 올해 이 제도를 통해 최대 2만5천 명의 휴.폐업 자영업자에게 생계비를 한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노점상 등 생계형 무등록사업자 대출 보증을 위해 지역신보에 2천1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이번 추경에 핵심 사안으로 담길 예정이다.

지역신보가 이번 추경에 요구하는 금액은 2천100억 원이다.

정부는 이 금액을 추경을 통해 지급하되 지자체 또한 동일 액수를 내도록 할 방침이여서 총 4천200억원이 생계형 무등록사업자 대출 보증에 쓰일 수 있게 된다.

보통 대출보증의 10배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계형 무등록사업자들은 총 4조2천억 원을 빌릴 수 있게된 셈이다.

1인당 최대 500만 원을 한도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84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복지 사각지대인데 포장마차처럼 사업자등록증 없이 장사하는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요즘 상황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사채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의 대출보증으로 연이율 5~6% 수준으로 300만~500만 원을 빌릴 수 있게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치를 시행하면 영세자영업자에게 4조 원 이상을 빌려줄 수 있게돼 8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추경에 이를 적극 반영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 실업급여로 시스템 개혁
정부는 중기적인 대책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별도의 실업급여 제도를 올 하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은 감원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실업 보험금을 주고, 직업훈련 등을 위한 장려금을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가입 후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정해진 사유가 발생해야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 특성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험료와 실업급여 등을 형평성을 맞춰 결정할 계획이다.

근로자는 나이와 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실업 때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을 제외한 임금 총액의 50%까지 실업급여로 받는다.

수령기간은 8개월을 넘길 수 없다.

노동연구원 이상렬 연구원은 "자영업자 대상의 고용보험은 초기에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을 보장하듯이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주는 실업부조 형식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급해 일단 이런 방식을 택했다가 이후 보험료가 쌓이면 고용보험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용주 기자 president21@yna.co.krspeed@yna.co.kr